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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ice(2005-09-22 16:05:41, Hit : 4640
 한 아버지의 추억 2장:아내가 남긴 짐

제2장: 아내가 남긴 짐

사람들은 내게 아내가 정신병을 앓게 된 것이 라잔의 일 때문이었는지 묻곤 했다. 하지만 사실 아내는 첫째 딸을 출산한 후 15개월이 지났을 때문터 정신병의 징후를 보이기 시작했다. 전기치료 과정을 통해 정상으로 회복할 수 있었지만, 아내는 일곱번이나 전기치료를 받아야 했다. 세 번째 임신 때, 아내는 다시 정신질환의 증세를 보이기 시작했다. 하지만, 의사는 우리에게 아내가 임신했기 때문에 치료를 행하기가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그래서 우리는 아류르베다(인도의 고대의학) 치료법에 의존했고 그녀는 전보다 나아졌다. 세째 아이를 출산한 후, 우리는 대증요법을 시작했지만, 소용이 없었다. “부인은 이미 충격에 익숙해져 버렸습니다."라고 의사가 말했지만 우리는 치료를 계속했다.

아내는 라잔에게 일어난 일에 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내가 캘리컷과 에르나쿨람을 오갈 때마다 그녀는 내게 라잔에 대해 물었다. 나는 아내에게 계속 거짓말을 해야 했고 그것은 그녀를 불안하게 만들었다. 아내는 나를 믿지 못하게 됐고, 가족들이나 친지들에게 이상하게 행동하기 시작했다.

우리의 세 아이들 중에서 아내는 라잔과 가장 친했다. 내가 생각하기에 그 이유 중 하나는 라잔이 그녀만큼이나 노래를 잘 불렀기 때문인 것 같다. 대학에서 집에 돌아올 때마다 그 아이는 엄마를 위해 노래를 불렀고 아내도 이를 즐겼다. 라잔은 엄마가 부탁할 때만 노래를 불렀다. 휴일 날에 그들은 늦은 밤까지 콘서트를 갖곤 했다. 아내는 항상 라잔을 위해 새로운 노래들을 준비했다. 라잔이 외아들이었다는 것도 그녀가 그 아이를 더 사랑한 이유였을 것이다.

라잔의 계속되는 부재는 아내를 불안하게 만들었고, 이 때문에 나 또한 괴로움을 당했다. 그녀는 내가 캘리컷에서 돌아올 때마다 라잔과 함께 돌아오기를 바랬고 걱정스럽게 그 아이를 기다렸다. 라잔이 나와 함께 오지 않은 것을 볼 때면 아내의 얼굴은 실망으로 어두워졌다. 그리고 그녀의 얼굴에 드리운 걱정의 그늘은 점점 더 깊어만 갓다. 마침내 아내는 다른 사람들과 더이상 말을 하지 않고 자신만의 침묵의 세계 속으로 빠져 들어갔다. 어떤 때는 내가 라잔을 사랑하지 않는다며 나를 맹비난했다. 그리고는 친구들과 친척들에게 내가 라잔을 사랑하지 않기 때문에 그 아이를 집에 데려오지 않는다고 털어놨다. 또 아내는 내가 라잔이나 자기를 사랑한 적이 없다며 남몰래 중얼거렸다.

그러는 동안 라잔의 친구들 중 많은 이들이 결혼을 했다. 어느 날 내가 에르나쿨람 집에 도착하자 아내가 나에게 말했다. “라잔의 친구들은 모두 결혼을 했어요. 당신은 아버지도 아닌가요? 당신은 라잔이 결혼하지 않는 게 걱정도 안돼요?" “오, 우리 아들은 죽었어!” 그 때 나는 그녀에게 그렇게 소리치고 싶었다. 하지만 그 말은 목구멍에서 막혀 버렸다. 그 순간 갑자기 나는 아내와 세상에 대한 복수심이 끓어올랐다. 하지만, 마음을 가다듬으며 나는 말했다. “라잔에게 어울리는 여자를 찾고 있는 중이오. 그렇지만 그게 그리 쉽지 않다는 것을 당신도 알지 않소? “ 그러면 아내는 믿을 수 없다는 듯한 텅 빈 눈빛으로 나를 쓸쓸하게 바라보았다.

라잔의 친구가 올 때마다 아내는 라잔이 어떻게 지내는지 물었다. 그런 그녀를 차마 볼 수 없어, 라잔의 친구들은 차츰 우리 집에 발길을 끊었다. 내가 에르나쿨람의 집에 돌아올 때마다 아내는 돈을 달라고 부탁했는데, 항상 10루피 뿐이었다. 그 돈으로 그녀는 라잔을 위해 비스킷을 사서 그것을 고이 보관했다. 비스킷이 상해 버리면 아내는 그제서야 그것을 다른 아이들에게 나눠주었고, 그 얘들은 그녀 몰래 그것을 버리곤 했다.

아내는 또 상자 안에 작은 동전들을 모았는데, 다른 사람들이 그 상자를 여는 것을 무척이나 싫어했다. 그녀는 더 이상 다른 사람들을 믿지 않았다.

나는 가족들에게 라잔의 실종을 40일동안 비밀로 했다. 카루나카란을 만나러 갔다가 집에 돌아올 때면 나는 그들을 피했다.

2000년 3월 3일 라잔의 엄마는 나를 영원히 떠났다. 아내가 죽기 일주일 전 나는 그녀를 찾아갔다. 작별의 말을 할 때, 그녀는 침대에 가만히 누운 채 나의 손을 꼭 잡았다. 아내의 눈은 간절한 염원을 담고 있었다. “다음에 올 때는 라잔을 데리고 와 주시겠어요?” 나는 그녀의 얼굴을 제대로 바라볼 수 없었다. 그 동안 내가 그녀에게 한 거짓말에 대한 죄책감이 나를 짓눌렀다. 오일 후 나는 다시 그녀를 찾았다. 죽음이 근처 어딘가에 숨은 채 그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아내는 모든 것을 생생히 기억했다.

“부탁 하나만 들어 줄래요?” 그녀가 나를 불렀다.

“물론이오.” 내가 대답했다.

아내는 나에게 작은 동전 주머니 한 다발을 건넸다. 그것은 상자 안에 그녀가 고이 모아 두었던 동전들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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