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학순정의평화기금
 

  
 justice(2005-05-27 16:55:52, Hit : 6940
 '노동자들의 진정한 친구'

  항상 깔끔하신 인상과 강직하시면서도 옆집 아저씨처럼 인정이 많으시고 사랑을 말씀으로가 아니라 실천으로 보여 주셨던 주교님은 우리 노동자들의 눈앞에 살아 움직이시는 하느님이셨습니다.  지주교님은 가난하고 힘없는 자들의 발언권을 세워주셨고 농민과 노동자, 땀 흘려 일하는 사람들의 존귀함을 강조하셨습니다. 특히 생산직에 종사하는 노동자는 역사를 발전시키는 원동력이며,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위하여 구체적으로 일하는 사람들이라는  것을 일깨워 주셨습니다.  또 '노동자들에게 올바른 인격적 대우를 할 때 만이 국가는 올바로 발전 할 수 있다'며 "나는 왜 노동자를 외면하지 못하는가"를 고백하시면서 머리로만 일하는 사삼들이 노동자들에게 어떤 의미가 있는 것인가를 정리하게 하시고, 연일 터져나오는 약자들의 사건에 동참하신 것은 노동자들에게 꿈과 희망이며 새로운 세상을 건설 할 수 있는 살아있는 복음이었습니다.
  지금도 지주교님의 애절한 사랑이 담겨진 음성이 귓전에 들리는 듯 합니다.

" 오늘날 노동자들의 문제는 민주,민생,민족,통일문제와 직결되어 있습니다. 그리고 하느님의 모상대로 창조되어진 인간의 모습, 인간다운 삶을 누릴 수 있는 인간 존엄성의 문제이기도 합니다.  인권의 문제이며,동시에 민권의 문제입니다.
노동자의 문제는 노동자 자신들이 깨어있는 힘으로 해결되어질 것을 나는 믿습니다. 그리고 평화를 사랑하는 대다수의 국민들이 노동자들과 더불어 정신적으로 실천적으로 같이 있고 같이 활동할 것을 또한 믿습니다. 마침내 노동자는 그들 자신의 운명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마침내 우리 민중은 민중 스스로의 운명의 주인공이 될 것입니다. 따라서 오늘날 노동자의 문제는 조국의 평화적 통일을 위한 내적 단결을 위해서도 지극히 중요한 문제인 것입니다.(1978년 11월 씨알의 소리)"

  18년 전, 지주교님의 이러한 말씀은 노동자 미래에 대한 예언이었으며, 희생과 고난의 삶이셨습니다. 그러나 주교님 기뻐하십시요. 95년 11월 15일 민주노총이 결성되었으며,96년 2월 28일 규모가 세워진 사무실로 이전하여 현판식을 하였습니다. 노동자들의 단결된 힘과 동지애로 사회개혁에도 앞장 서 가고 있습니다.
70년대 노동귀족으로 군림했던 한국노총도 변화의 움직임이 생기겠지요. 정의가 실현되는 세상을 앞당기기위한 주교님의 뜻을 받들어 주교님의 기념사업회가 또 다른 장을 열어가리라 믿습니다.
  제가 주교님을 처음 뵌것은 72년 가톨릭노동청년회 총재주교님이 되셨들 때입니다.  J.O.C모임은 각 본당에서 팀모임으로 하는데 보통 노동자들의 퇴근시간이 12시간 맞교대이므로 저녁 7시에 퇴근해서 성당에 오면 8시가 되어야 모이는데, 9시 30분이 되면 성당 문을 닫기 때문에 노동자들이 만날 수 있는 공간이 교회로부터 마련되지 못하는 어려움이 많았습니다.
  70년대 유신독재 정권하에서는 노동자들이 모이는 것 자체가 감시의 대상이 되었고 노동조합을 결성하려면 몇달을 비밀로 모여서 정성을 들여 소모임을 해야 하는 절박함이 있었습니다. 때문에 '주교회의'에 가서 호소를 하게 되었는데 그 때 주교님은 아버지와 같은 마음으로 들어 주시고 위로하시는 그 인자하심에 눈물로 호소하는 노동자들에게 손수건을 꺼내 닦아 주시면서 "힘을 내어라, 예수님은 너희 편이시다."하시며 어려울 때 함께 나누면 된다고 달래시며, 주교님들 앞에서 사례를 이야기하라고 시간을 내어주셨습니다. 이런 것이 저에게는 부르심이 되어 지금까지 노동자들과 함께하는 삶을 살도록 이끄셨다고 생각하며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1973 신구교연합(한국노동교회협회) 조직에 회장직을 맡으신 주교님의 정의감은 한국노동운동의 맥을 이어간 70년대 민주노조운동에 많은 영향을 주었으며, 주교님의 가르침과 불의에 항거하는 실천적 사랑에 힘입어 어려운 탄압과 온갖 모함과 용공조작으로 붙여지는 빨갱이라는 핍박도 견딜 수 있었으며 극복해 냈습니다.
  80년 군부정권이 출범하면서 노동운동을 말살시키기 위해 70년대 산별노조를 해체하고 사회정화라는 이름으로 의식화된 노동자들을 강제로 해고하고 삼청교육대로 끌고가 모진 고문으로 죽기 직전의 모습으로 돌아온 피골이 상접한 노동자들을 보면서 주교님이 통분하시며 아파하시던 그 모습은 지금도 마음을 울벅이게 합니다. 제 자신이 80년 수배되어 여러달이 됐을 때, 중앙정보부에 연락하여 수배를 풀자시며 원주교육관에서 지내게 하시고 챙겨주시던 어버이깉은 사랑, 노동자들이 나눔을 함께 할 수 있는 공간을 걱정하시며 회갑축의금을 손수 꼭꼭 싸 주시던 극진함과 원풍모방 노동자들이 감옥에서 억울함을 단식으로 호소할 때 찿아 오셔서 격려하시며 용기를 주시고 올바르게 더 잘 살려고 하는 것이니 먹을 것 먹고 싸우자고 하시며, 나도 감옥에 있을때 단식을 했었는데 단식은 우리에게 유익할 것이 없다며 애써 마음 아픔을 감추시던 모습 등을 생각할 때 주교임 마음을 많이 아프게 한 것을 더욱 느끼곤 합니다.
  1년 감옥을 살고 나와 주교관에 갔을 때 기뻐하시면서 "귀한 사람들이니 맛있는 것 해줘야 된다" 시며 주방에 특별한 부탁을 하시던 자상함을 잊을 수가 없습니다. 식사중에 갑자기 "아네스, 미역국 끓일 줄 아느냐"고 물으셔서 할 수 있다니까 그러면 이제 주교님 미역국이나 끓여주고 노동운동 그만하라고 하시며 허탈한 웃음속에 눈물이 그렁하시던 모습속에서 성모님의 아픔을 보는 듯 했습니다. 예수님의 마음을 읽는 듯 했습니다.
  이런 기억들은 모든 것이 지금 저를 지탱하게하는 활력소인 것입니다. 권위나,명예를 세우지 않으시고, 있는 것 자체를 다 내 놓으신 삶이었기에 서슬이 시퍼런 군사독재정권하에서 숨죽여 있을 때 새로운 노동운동의 의식과 단결의 장이 될 수 있도록 '한국노동자복지협의회' 이사장 직을 흔쾌히 맡아 주시고 경제성장의 뒤안길에서 신음하며 원한맺힌 삶을 살아가던 사람들에게 사랑의 힘을 실천으로 체득케 하시며, 노동의 신성과 인간의 존엄성을 지켜내는 것이 노동운동이요, 인간화운동임을 각인시켜 주신 주교님. 노동자들이 단결하고 연대하는 힘이 반드시 사회를 변화시키고 교회의 사회성을 촉구시킬 수 있다는 가능성을 가르쳐주셨습니다.
  수배와 해고된 노동자들이 블랙리스트에 의해 취업을 못하고 거리를 방황할 대 해결방안을 고민하시며 걱정으로 잠을 못 이루셨다는 주교님. 해고되어 직장을 갖지 못하는 노동자 선배들이 활동을 할 수 있도록 지도해 주시고, 터전을 마련해 주신 주교님.
  병상에 계시면서도 '기톨릭 노동사목 전국협의회'의 운영을 걱정하시며 방문하는 우리들에게 "이제 내가 힘이 없다. 힘이 없어서 아무것도 할 수 없구나" 하시며 안타까워 하시던 주교님. 그 크신 발자취를 따르겠습니다. 이 부활절에 주교님의 삶을 닮아가려는 노력을 합니다.
베론의 통일동산에서 기뻐하시며 편히 쉬세요. 주교님 만나는 날까지 열심히 살 수 있도록 기도해 주세요. 천주의 자비하심으로 평화의 안식을 누리십시요.

박순희
천주교정의구현전국연합 의장
정의가 강물처럼 6호에 게제된 글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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