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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ice(2015-01-12 16:23:11, Hit : 2549
 “지랄하시는 지학순” 다니엘 주교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지랄하시는 지학순” 다니엘 주교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황종열(레오, 교육신학자, 대구가톨릭대학교 겸임교수)

강우일 주교가 오늘의 프란치스코 교황님을 만나면서 특히 보고 싶어했던 인물 가운데 한 사람. 역사의 험한 현장에서 행활 속에서 진흙탕에서 흙 묻는 것을 피하지 않은 목자. 시대의 소용돌이 속에서 양들과 함께 양 냄새 나는 목자로 산 성직자. 강우일 주교는 지학순 다니엘 주교를 바로 그렇게 기억하고 있다.
지학순 다니엘 주교는 예수님의 눈으로 세상을 보고 예수님의 마음으로 세상을 판단하고 예수님의 입으로 말하고 예수님의 손발이 되어 실천하신 분이고, 우리 교회와 사회가 이렇게 살 수 있도록 길을 열어준 분이시다. 성당 담 밖과 담 안, 제대와 작업장, 성당과 감옥, 감실과 사무실을 이어놓은 분이시다. 신앙인과 일반 시민을 이어 놓으시고, 교회 당시 교회와 서민 대중의 삶의 자리, 종교 주체들과 정치 주체들, 상아탑과 현실, 학생과 지식인과 노동자, 농민과 도시민, 광부와 신협이 만날 수 있도록 바닥을 깔아 준 우리 시대의 한 멍석이시다.

하지만 지학순 주교가 주교가 되기 전에, 그가 주교가 되리라고 생각한 사람이 거의 없었다. 함세웅 신부가 원주에 와서 강연하면서 이야기했듯이, 지주교는 성격이 까다롭고 괴팍한 면이 있었다. 김지석 주교 역시 지학순 주교의 성격이 급격하게 변하는 면이 있었다고 기억한다. 최기식 신부는 그분이 감옥에 있을 때에도 교회 내외에서 그의 성격을 두고 이야기들이 많았다고 증언한다. ‘어떻게 그런 사람이 주교가 되었는지 모르겠다. 성령의 바람은 역시 우리가 알아들을 수 없다. 성격은 지랄장이 같아’ 이렇게 말하는 사람들이 있었단다. 지랄 지(池)라고 성(姓)을 성격으로 표현하기 까지 했단다. 사제가 되고나서 신학교 교수로 잠시 지날 때도 그렇고, 교구장이 되고 나서도 그렇고, 지주교의 성격에 대한 이런 평가는 사실이다 성직자로서 지주교를 동반하는 과정에서 민망할 때도 많았다. 사소한 것에 옳지 않다 여길 때 자리나 주변 체면도 개의치 않고 역정을 낼 때가 많았다. 몇몇이 철엽을 하며 산속에 가서 박정희에 대해 큰 소리로 욕설을 퍼붓는다든지, 회갑 때 파티장 잔디밭에 도지사가 차를 몰고 들어왔다가 운전사에게 고함을 치며 도지사에게 봉변을 주던 일 등...최기식 신부가 직접 체험한 것도 한 두 번이 아니라고 했다.

최기식 신부는 격한 그의 성격을 본인도 사람들도 당뇨병 때문이라 했던 것을 기억한다. 하지만 최신부는 그의 성격을 어릴 때부터 병과 여러 가지 시련을 겪으며 지나온 데서 생긴 것으로 볼 수도 있다고 했다. 최신부는 신사참배 거절이나 일요일 등교거부 예들을 떠올리면서 그가 강직한 성격을 타고난 것으로 볼 수도 있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렇게 옳지 못한 것을 직면하면 불같이 일어나는 독특한 결단성을 가진 성품이 양심선언 때처럼 자신을 위험 속으로 던지는 일을 서슴지 않게 했다고 보기도 한다. 단순하면서도 강직하고 비판적이며 연민의 정도 많으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공격적인 성격이 있었던 것 같다고 말한다.
그런데 그가 주교가 되었다. 주교가 되어서 20세기 세계 가톨릭 교회에서 가장 주교다운 주교 가운데 한 주교, 성령의 주교, 빛의 주교로 일컬어지는 주교가 되었다. 바오로 6세 교황이 지주교를 만나서 말하였다. “당신은 착한 목자입니다 Tu es bonus pastor." 이런 것을 보면, 성령은 정말이지 자유이시라는 것을 실감할 수 있다.
지학순 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 마지막 회기에 주교로 선출되어서 공의회 정신을 현대 교회에서 가장 역동적으로 육화시킨 주교 가운데 한 성직자다. 참으로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주교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만큼 지학순 주교는 20세기 가톨릭 교회가 가장 기억할 만한 주교 가운데 한 인물이다. 1970년대에 뜻있는 수많은 사람들에게 그가 미친 영향은 상상을 초월한다. 실제로 나 자신이 1980년에 서울 가톨릭대학교에 편입했을 당시 편입생만 30명에 가까웠을 만큼 많은 학생이 있었고 이들 가운데 상당수 학생이 지학순 주교를 자신의 사제 모델로 꼽을 정도였다. 지금도 대구 가톨릭 대학교에서 6학년 신학생들 가운데 지학순 주교를 만나고 나서는 자신의 사제상을 다시 정립하게 되었다고 고백하는 경우를 여러 명 보았다.

“세속을 쳐 이기라”에서 “세상을 위하여”로

신현만 신부는 이야기 꾼이다. 그는 지학순 주교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원주교구에 육화시키는 과정을 자신이 경험한 일과 대조시키면서 드라마틱하게 이야기를 들려준다. 공의회 전에는 “세속을 쳐이기라”고 하더니, 공의회 후에는 “세상을 위하여”로 교회의 모토가 변했다고 했다. 공의회 이전에 교회는 일반적으로 먼지가 들어올까 봐 문을 닫는 식으로 존재했다고 말한다.
신학생들은 세속을 끊고 유혹에서 벗어나기 위해 무척 애를 썼다. 방학이 다가오면 “쟁기를 잡고 뒤를 돌아보는 자는 사제가 될 수 없다”면서 특히 여자 보기를 돌같이 보자고 다짐하면서 9일기도를 하는 신학생들이 있었단다. 신현만 신부도 방학이 끝나서 신학교로 돌아갈 때 집을 돌아본 적이 없다고 했다. 원주 교구의 한 사제는 여자를 보지 말라니까 하늘이나 땅을 보고 걷다가 전봇대를 들이 받은 일도 있었단다. 신문을 바로 못 보게 하고 기사를 오려서 게시판에 붙여 놓는데, 여자가 나오면 다 잘라서 게시해서 너덜너덜해지는 경우도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1972년부터 신학교에 여학생들이 들어오기 시작하였다. 그때까지 마귀로 들어왔던 여자들과 함께 공부하는 것이, 신현만 신부 말이다. 이해가 안 되더라고 했다. 고개를 푹 숙이고, 여자만 나오면 마귀 할 때 마자와 같이 보니까 눈길을 어디다 두어야 할 지 난감했다고 한다. 당시는 신학생이 학업을 중단하고 신학교를 나가면 여자 마귀에 빠졌다고 생각할 정도였다니, 이런 모습이 이해가 갈만도 하다. 그런 중에도 이쁜 마귀들에게 호기심이 생기고 나니 더욱 난감해졌단다.
이게 다 바티칸 공의회 때문이었다. 지학순 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정신을 가장 잘 체화해서 이땅에 육화시킨 주교 가운데 한 분이라고 했다. 실제로 지학순 주교는 제2차 바티칸 공의회가 폐막되는 자리에 주교로서 함께 있었다. 사목헌장이 통과되는 현장에서 직접 투표를 한 주교 가운데 한 사람이었다. 바로 그 지주교가 제2차 바티칸 공의회의 존재 이유를 교구 사제들과 골롬반 선교회 사제들, 그리고 무위당 장일순과 김영주 아우구스티노 등에게 직접 “새로운  바람”-“쇄신”-“개방”-“형제애”-“평신도 역할 존중”으로 집약하여 설명해 주었다. 지주교는 요한 23세 성인 교황의 표현을 빌어서 공의회의 정신을 이렇게 갈파하였다.

문을 활짝 열고
새로운 공기가 교회 안으로 들어오게 하라.
문을 열고 세상으로 나아가서,
세상이 교회를 찾아오게 하라.

무위당 장일순 요한은 제2차 바티칸 공의회 정신을 한문 네 글자로 이렇게 집약하였다.
“開門流下 개문유하”
-문을 열고 아래로 흘러라.

원주교구의 사회복지 사도직은 바로 이 공의회 정신을 젖줄로 삼아서 자라왔다. 그러면 지학순 주교의 공의회 정신 육화에 대해서 당시 교회 구성원들은 어떻게 응답하였는가? 다음호에 이 물음에 답해 보기로 한다.

출처:원주 가톨릭사회복지회 ‘빛이 되라’ 제125호 중에
<원주 교구 설정 50주년 기념 지학순 주교의 “생활 속의 복지 사도직” 성찰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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