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학순정의평화기금
 

  
 justice(2005-03-25 00:43:41, Hit : 5919
 변연식(레지나)님께서 파키스탄에 다녀오셨습니다.

파키스탄 정평위의 사진들… 그리고 예쁜 아이들


지난 2월 4일~11일 아시아정의평화회의가 열린 파키스탄에 다녀왔다. 2년마다 열리는 이 회의는 각국의 천주교정의평화위원회와 인권단체들이 참여하여 각국의 인권 현황을 공유하고 공동 행동과 캠페인을 계획하는데 이번회의는 특별히 파키스탄의 인권문제, 여성인권문제(Pakistan in Changing Global Scenario)에 초점이 맞춰져서 파키스탄의 오래된 도시 라호르와 라발핀디에서 열렸다. 워낙 이슬람 근본주의자들에 의한 그리스도인 공격이 심한 지역이라 회의 자체가 위험하다며 일부 반대가 있었지만 일본, 홍콩, 필리핀, 스리랑카, 뉴질랜드 등 9개 국가에서 27명이 참석하였고 유럽 정평위와 벨기에에 본부를 둔 팍스 크리스티(Pax Christie)에서 대표를 파견하여 더욱 더 뜻 깊은 모임이 되었다.
나도 이곳 회의에 참석하다가 폭탄 공격이라도 받으면 어떡하나 은근히 걱정이 되었다. 바로 몇 년 전에도 카라치에서 이다라(Idara) 정의평화위원회의 7명 활동가가 처참하게 희생된 곳 아닌가… 그러나 이런 저런 걱정도 라호르의 파키스탄 정의평화위원회 현관을 들어서 그들의 따뜻한 환영을 받으며 곧 잊혀졌다. 비록 총을 든 경비가 지켜주고 있었지만 바로 이곳은 2001년도 지학순정의평화상을 수상한 파키스탄 정의평화위원회(NCJP) 사무실… 초라했던 사무실은 확장되었고 여러 명의 사무국 활동가들이 소수자인 그리스도인의 인권뿐만 아니라 여러 인권분야로 확대된 일을 활기차게 하고 있고 그들의 표정에는 자신감이 묻어났다. 번창해나가는 집안을 보는 느낌이라고 할까… 그들은 이 모든 게 한국에서 받은 지학순 상 때문에 가능했다고 그곳을 방문한 외국 손님들에게 설명해 주었다. 문규현 신부님과 함께, 혹은 시상식에서 윤공희 대주교님, 김승훈 신부님, 최기식 신부님과 함께 찍은 사진들이 대문짝만하게 사무실마다 걸려있어 그들이 얼마나 한국교회에서 받은 상을 자랑스러워하는지 알 수 있었다.

첫날은 파키스탄 정평위 위원장이자 라호르 교구 대주교인 로렌스 살다나 대주교와 파키스탄 인권위원장 레흐만씨의 영접을 받았고 파키스탄 전반의 인권 현황에 대한 토론이 있었다. 전 국민의 40%가 절대 빈곤층이고 이점은 그들의 아이들이 제때 학교 교육을 받지 못하는 악순환으로 되풀이 되고, 교육과 사회복지에 쓰여져야 할 정부예산은 군비충당에 쓰여지고… 그래도 조금씩 변화의 조짐도 있어서 마침 열린 바싼(basant: 봄맞이 연날리기 축제)을 모두들 기쁘게 맞이하고 있었다. 지난날에는 이렇게 개방된 축제는 상상도 못했다고 한다.
이튿날은 여성지위향상을 위한 국가위원회 위원장과 종교 장관을 방문하여 의견을 교환하고 고난 받고 있는 파키스탄 여성들과 그리스도인들에게 좀더 정부의 관심이 있어 주기를 압박하기도 하였다. 각국의 나라별 인권현황발표에서는 미군기지 문제, 세계화의 영향, 국가보안법, 사상, 표현의 자유 문제, 이주노동자의 권리 등이 주요 현안으로 논의되었는데 나는 이라크전의 참상을 형상화한 최병수 화백의 걸개그림, “너의 몸이 꽃이 되어”를 회의장에 걸고 이라크 전범 민중 재판과 국가보안법 철폐운동 등의 한국시민 사회 활동에 대하여 소개하였다. 회의 마지막 날은 참석자들이 다양한 대표성을 가지고 파키스탄의 주요 매체가 참석한 가운데 라발핀디의 이웃한 도시이자 파키스탄의 수도인 이슬라마바드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파키스탄 인권 향상을 위한 제안문을 발표하였다. 덕분에 우리 참석자들은 그 다음날 조간신문에 일제히 사진이 실리는 영광(?)을 가졌다.

회의 마지막 날 오후에는 파키스탄 정평위 창립 20주년 행사가 열렸는데 각 교구 정평위의 활동가들, 여러 주교님들, 교황청대사님과 인권운동가들이 대거 참석한 커다란 잔치였다. 그리스도인을 사형으로까지 내모는 신성모독법(Blasphemy Law)에 항거해 1998년 사히왈 법정 앞에서 죽음을 택하신 존 조셉 주교님(당시 정의평화위원회 위원장)에 대한 여러 기억들이 회고되었고, 다시 한번 2001년 지학순정의평화상을 받은 사실이 한국 친구들에 대한 고마움으로 여러 손님들 앞에서 회고되었다. 지금 이곳에 최기식 신부님이나 지학순정의평화상 운영위원, 실행위원 관계자들이 참석하여 저 말을 들을 수 있다면 모두 기뻐하실 텐데…몹시 아쉬운 심정이었다. 돌아가신 지주교님과 존 조셉 주교님의 인연은 이렇게 정의평화상이라는 이름으로 영원히 기록될 것이다.
공식일정을 마치고 구즈라왈라에서 16년째 가난한 이들을 위한 학교를 운영 하고 계시는 마니 신부님(2001년 지학순정의평화상 수상차 방한하셨던 분)을 방문하였다. 바로 파키스탄의 문제, 절대 빈곤과 문맹의 악순환을 끊기 위하여 부단히 노력하시는 분이시다. 신부님은 얼핏 보아 무뚝뚝해 보이시지만 무척 자상하고 아이들을 사랑하셔서 여러 학교와 기숙사를 운영하시는데 우리가 도착하자 아이들이 벌 떼처럼 몰려와서 나의 손을 잡고자 하였다. 뭐라 형언할 수 없는 감동의 순간이었다. 흑진주처럼 어여쁜 그 아이들의 천진한 눈빛을 어떻게 잊을 수 있겠는가… 이들 중에는 부모가 그리스도인이라고 공격을 받아 고아가 된 애들도 있고 집단으로 이주한 가족도 있어서 이들을 위한 집 지어주기 사업도 진행 중이라며 학교 옥상에서 멀리 보이는 공사현장도 보여주셨다. 돌아오는 길에 나를 이곳으로 이끌어주신 하느님의 손길에 깊이 감사했다. 지학순정의평화상과의 인연이 아니라면 내가 이 곳에 와서 저 예쁜 아이들의 손을 잡을 수 있었을까. 아주 미약해 보이는, 아주 사소해 보이는 우리의 도움이 지구촌 곳곳에 커다란 격려가 되고 용기를 줄 수 있다는 걸 눈으로 확인하는 이번 여행이었다. 우리 모두 힘냈으면 좋겠다. 여러 후원자님들께도 깊은 감사를 드리고 싶다.


변 연 식(레지나)  본회 지학순정의평화상 심사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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