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학순정의평화기금
 

  
 justice(2009-01-19 13:46:12, Hit : 5294
 하늘 열린 감옥에서 죽어나가는 사람들

    하늘 열린 감옥에서죽어나가는 사람들  

  이스라엘의 공격으로 사망한 ‘테러리스트’는 진짜 테러리스트일까? 팔레스타인 사람이 하늘로도, 바다로도, 땅으로도 피난 갈 수 없는 이유는 무엇일까? 가자 지구에서 어떤 일이 벌어졌는지 파헤쳤다.  

  요르단을 통해 이스라엘의 검문소를 지나고, 팔레스타인의 서안 지구에 들어가는 일은 그리 어렵지 않았다. 하지만 가자 지구에 들어가기 위해서는 이스라엘의 허가가 필요했고, 여행 일정이 끝나감에도 허가를 얻는 데만 보름을 허비했다. 그리고 서안 지구에서 보던 것과 같은 높고 긴 장벽의 터널을 지나서야 가자 지구에 들어갈 수 있었다.

  2008년 말부터 시작된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폭격 과정에서 큰 피해를 입은 지역 가운데 하나가 이집트와 국경을 맞댄 라파다. 라파 주민은 외국인에게 언제나 친절하다. 그 외국인이 이스라엘인이거나 미국인이 아니라면 말이다. 벽에 붙여둔 오사마 빈 라덴의 사진을 가리키며 웃던 식당 주인, 사진을 찍으려고 카메라를 꺼내 들자 무엇이 그리 신기하고 재미난지 카메라를 향해 웃으며 달려들던 학생들, 교무실의 낡은 책상과 서랍이 부끄러운지 웃으며 서류 더미를 보여주던 선생님들이 살던 곳이다.  

요즘 언론에는 이번 이스라엘의 가자 지구 공격으로 팔레스타인인 사망자가 몇 백명이 발생했고, 그 가운데 민간인 사망자가 몇 명이라는 기사가 실린다. 어떻게 들으면 이 ‘민간인’ 사망이라는 말이 이스라엘의 공격이 얼마나 비인도적인지를 말해주는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총을 든 사람과 총을 들지 않은 사람으로 세상을 나누는 방식은 때로는 현실을 제대로 드러내지 못할 수도 있다.

  팔레스타인 경찰은 죽어도 된다?

내가 라파에 머무르는 동안 먹여주고 재워주고, 안내까지 해주던 아베드는 허리에 권총을 차고 다녔다. 길에서 만난 알 아크사 순교자 여단의 라파 지역 책임자라는 사람은 한국의 평범한 아저씨처럼 활짝 웃으며 잘 왔다고, 혹시라도 무슨 일이 생기면 아베드를 거쳐 연락을 달라고 했다. 밤에 길을 가는데 총소리가 들려 고개를 돌려보니 몇몇 사람이 깡통을 세워놓고 사격 연습을 하거나, 서로 웃으며 악수도 하고 인사도 하고 그랬다.

이 사람들을 놓고 민간인이냐 아니냐를 물으면 둘 다라고 할 수밖에 없다. 당장 아베드만 해도 어린이 관련 단체에서 일하며 팔레스타인 어린이와 독일 어린이가 서로 방문하게 하는 활동을 했고, 그게 독일 텔레비전에도 나왔다고 자랑했다. 그러면서 한국 어린이와 팔레스타인 어린이도 서로 오가면서 만나면 좋겠다고 했다. 이스라엘과 미국이 말하는 테러리스트는 바로 이런 사람들이다. 평상시에는 이런저런 일을 하며 살다가 이스라엘이 공격을 하거나 하면 총을 들기도 하는 것이다.

이스라엘이 2008년 12월27일부터 가자 지구를 공격하면서 경찰서를 자주 폭격했다. 이 폭격으로 죽은 경찰은 흔히 말하면 민간인이 아니다. 그런데 이렇게 생각해보면 어떨까? 팔레스타인, 그 가운데서도 가자 지구는 서안 지구에 비해 실업률이 높다. 그나마 경찰 같은 정부 공무원이 되면 일정한 수입이 생겨 가족과 함께 생활할 수 있다. 그래서 무하마드라는 사람이 파란색 경찰복을 입게 되었고, 주로 하는 일은 교통정리였다고 하자. 그리고 이스라엘은 미사일을 날려 경찰서를 폭격하고 나서 ‘무장 세력’ ‘테러리스트’를 죽였다고 한다. 이스라엘의 말이 맞는 것일까? 그렇게 죽은 팔레스타인 경찰은 민간인이 아니므로 우리가 관심을 가질 필요도 없는 이들일까?

뉴스를 보니 이스라엘이 유엔에서 운영하는 학교를 폭격해 수십명이 사망했다는 소식이 보도되었다. 그동안 대체로 수수방관하는 편이던 유엔도 이번에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이스라엘의 행위를 비난했다. 이렇게 며칠 사이 수백명이 죽음을 면치 못하는 상황이면 팔레스타인인들이 멀리 피난을 떠날 법도 하다. 6·25 한국전쟁 때도 그랬고, 이스라엘이 레바논을 침공할 때도, 미국이 이라크와 아프가니스탄을 침공할 때도 사람들은 폭격과 전쟁을 피해 멀고 낯선 지역으로 피난을 떠났다. 그런데 지금 가자 지구 사람들은 피난을 가려야 갈 수도 없는 처지다.

지중해. 많은 사람이 지중해라는 말을 들으면 가본 적은 없어도 왠지 따뜻하고 편안한 느낌을 떠올릴 것이다. 가자 지구의 바다가 바로 지중해다. 바다는 어민이 배를 타고 고기를 잡는 곳이고, 더운 날이면 사람들이 바닷물에 몸을 담그고 놀기도 하는 곳이다. 바다 너머 지는 해를 보며 누구나 한 번쯤 시인이 되어보기도 한다. 인간과 자연의 관계는 세상 어디를 가든 비슷할 것이다. 다만 다른 것은 그 자연을 둘러싼 인간과 인간의 관계뿐이다.

이번에 난리가 나기 전에도 가자 지구 사람들은 배를 타고 멀리 나갈 수 없었다. 왜냐하면 조금만 나가도 이스라엘 군함이 지키고 서서 더  나아가지 못하게 막아섰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군함에서 가자 지구를 향해 함포 사격을 한다. 그러니 바다 건너 피난을 갈 수는 없다. 그렇다면 하늘? 가자 지구에 공항이 하나 있었는데 오래전 이스라엘이 활주로를 파괴했다. 그래서 비행기를 타고도 피난을 갈 수 없다. 땅? 이번 난리가 터지기 전에 가자 지구 사람들이 외부로 나갈 수 있는 길이 두 곳 있었다. 에레즈 검문소를 거쳐 이스라엘 쪽으로 나가는 방법과 라파 국경을 넘어 이집트 쪽으로 가는 방법이다.

에레즈 검문소를 예로 들어보자. 하루는 가자시티에 있는 한 난민촌에서 자게 되었고, 팔레스타인인들은 따뜻한 웃음으로 잠자리와 먹을 것을 내어놓았다. 아버지는 가족을 부양하려고 이스라엘 지역으로 가서 건설 현장에서 일했다. 우리가 그 집에 머무르던 날 평상시 저녁 7시가 되면 집에 오던 아버지가 9시가 되어서야 돌아왔다. 이스라엘이 갑자기 검문소를 닫아거는 바람에 귀갓길이 막힌 팔레스타인인들이 군인에게 항의했고, 이 과정에서 사람이 죽어나가고 나서야 검문소가 열려 집으로 온 것이다.

밤 9시에 집으로 돌아온 환갑의 노동자는 다시 밤 11시에 집을 나섰다. 아침에 일터에 도착해야 하는데, 검문소 통과에 몇 시간이 걸릴지 알 수 없기 때문이다. 그래서 아예 밤부터 검문소에 나가 기다리는 것이다. 이런 에레즈 검문소를 가자 지구 사람들이 피난을 간다고 이스라엘이 열어줄 리가 없을 것이다.
그러면 이집트 쪽? 이집트의 무바라크 정권은 매년 미국으로부터 많은 원조를 받는 독재정권이다. 미국의 원조를 많이 받는다는 말은 미국 편이라는 말이고, 또 미국이 이스라엘의 절친한 친구이니 이집트와 이스라엘의 관계가 어떨지는 굳이 말하지 않아도 될 것이다. 그래서 지금은 팔레스타인인들이 국경을 넘어 이집트로 오지 못하도록 군인들이 총을 들고 서 있다.

이렇게 가자 지구 팔레스타인인은 이스라엘과 맞서 싸우기 위해 모두 가자 지구에 남아 있는 것이 아니라, 피난을 가려 해도 갈 방법이 없으니 어쩔 수 없이 가자 지구라는, 하늘이 열린 감옥에서 꼼짝없이 당하는 것이다.

    
  운동경기 중계하듯 ‘학살’ 보도하는 언론

이스라엘의 가자 학살과 관련된 언론 보도를 보면 가끔 마치 운동경기를 중계하는 듯한 느낌이 든다. ‘아, 힘도 좋고 다리도 긴 이스라엘 선수 앞장서서 달리고 있습니다. 경기 시작 전에는 이스라엘 선수가 쉽게 이길 거라 예상했는데 하마스 선수의 기량도 만만치 않네요’와 같이 말이다. 그리고 이런 보도를 계속 접하는 사람들은 ‘아, 나도 이스라엘이 가자 지구를 공격하는 것에 대해 잘 알아’라고 생각하면서 점점 운동경기장의 관람객이 되어간다.

그리고 팔레스타인인이 무엇을 느끼고 생각하는지보다는 어제는 400명, 오늘은 500명 하듯 숫자로만 팔레스타인을 느끼기 시작한다. 그러다 보면 가자 지구 인구를 말하는 150만이라는 숫자와 누군가의 한 달 수입을 말하는 150만이라는 숫자가 같아 보일 수도 있다. 처음에는 사람과 돈이었는데 어느 순간 150이라는 숫자를 통해 같아지는 것이다. 숫자가 세상을 좀더 잘 드러내 보여주는 약이 될 수도 있고, 사람의 사연이 담기지 않은 숫자는 때로는 우리의 가슴을 차갑게 만드는 독이 될 수도 있다.

그동안에도 이라크니 아프가니스탄이니 하면서 세월이 흘렀는데 또다시 많은 사람에게 2009년은 전쟁으로 다가왔다. 이런 세상의 모습을 보면서 어떤 사람들은 ‘우리가 이런다고 세상이 과연 바뀌겠느냐’ ‘이 세상은 희망이 없는 것 아니냐’고 말한다. 그런 분들께 나는 고통 받는 인간을 향한 따뜻한 가슴으로 좀더 세상을 보자고 말하고 싶다. 그러면 적어도 죽음의 위기와 공포에 놓인 사람들이 어쨌든 살아보겠다고, 내 새끼들 입에 밥 한 숟갈 넣어주겠다고 아등바등하는 모습을 보면서 쉽게 절망이라는 말을 던지기는 어려울 것이기 때문이다.


* 팔레스타인 평화연대는 2003년부터 팔레스타인인이 이스라엘의 점령과 억압에서 벗어나 자유롭고 평화로운 삶을 누릴 수 있기를 바라며 이스라엘 대사관 앞 시위, 거리 캠페인, 교육과 강연, 출판 등의 활동을 한다(www. pal.or.kr).

글·사진 안영민 (팔레스타인 평화연대 활동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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