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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ice(2007-07-16 11:48:03, Hit : 5485
 한국의 이방인, 난민들의 슬픈 초상

  우린, 왜 도대체 난민 인정이 안됩니까?

  한국의 이방인, 난민들의 슬픈 초상




법무부는 해당 국가의 반정부단체 회원이라고 무조건 난민인정은 할 수 없다고 밝힌다. 회원 아웅카인씨(왼쪽)와 조모아씨(오른쪽)가 버마민족민주동맹 한국지부 사무실 앞에 서 있다. (정용인 기자)

난민은 말 그대로 ‘어려움과 곤란에 처한 사람들’.

그러나 한국에선 난민이 되기 어렵다. 주로 아시아· 아프리카에서 온 사람들. 내전과 탄압에 시달리다 어렵게 찾은 대한민국. 그들은 이곳에서 냉대와 멸시에 운다. 어렵게 난민이 돼도 거주지원이나 복지혜택이 별로 없다. 겨우 건설현장이나 일용직으로 전전. 난민 인정제 도입 15년. 그들은 “왜 도대체 우린 난민인정이 안 됩니까”라고 하소연한다. 경제대국10위에 올라선 대한민국. 이젠 우리도 난민에 관대한 나라가 될 수는 없을까?

“2000년에 난민신청을 했습니다. 2003년에 3명은 인정됐어요. 그래서 우리도 희망을 가졌죠. 기대를 했는데….”

경기 부천시에 있는 버마민족민주동맹(자유지역, NLD-LA) 사무실에서 만난 조모아씨(35)는 주머니를 뒤져 거의 귀퉁이가 닳고 헌 종이 한 장을 꺼냈다. 법무부가 2005년 4월 13일에 그에게 보낸 출국권고서였다. 서울출입국관리사무소장의 직인이 찍힌 이 종이에는 ‘출입국관리법 제67조 2항의 규정에 의하여 위 사람에 대한 출국을 권고합니다’라는 한글과 영문으로 된 안내문구만 짧게 적혀 있었다. 출국기한(Deadline of Departure)은 4월 18일. 5일 이내에 나가라는 ‘권고’다. 조씨는 말을 잇는다.

“도대체 왜 우리는 난민인정이 안 된다는 건지 알 수가 없었어요. 일단 출국권고서가 나오면 이의신청은 일주일 내에 해야 합니다. 그래서 서울출입국관리소에 가서 냈죠. 한 달쯤 지나도 전화가 없어요. 여전히 아무런 설명이 없고, ‘한국법무부는 당신들의 난민신청을 인정할 수 없다’는 답변만 돌아왔어요.”

조씨와 같이 이의신청을 낸 쩌 모 르윈씨(37)는 법무부로부터 ‘이의신청에 대한 결정통지서’를 받았다. 역시 한 장짜리인 이 문서에는 다음과 같이 적혀 있다. “귀하가 제출한 이의신청에 대하여는 아래와 같이 이유가 없는 것으로 결정되었음을 알려드립니다.” 이어 상술한 이유는 다음과 같다. “제출한 자료와 진술 및 진술의 정황으로 비추어 볼 때 난민협약 제1조가 정한 ‘충분한 근거 있는 공포’에 해당된다고 인정할 수 없다는 불허결정은 정당함.” 뭔가 논리가 이상하다. 인권단체 쪽의 설명을 들어보자.

“난민 정의 자체가 그렇게 되어 있는데, ‘난민이 아니니까 난민이 아님’이라는 것이 불허통지의 이유가 될 수 있나요. 누차 여러 가지 지적이 나오니까 그 다음부터는 역시 1장 정도밖에 안 되지만 주고 있어요. 하지만 이것도 본인이 요청하면 주고 처음 통지할 때는 안 줍니다. 불허통지서에는 이유를 제시해야 한다고 국제법에 적혀 있는데 가장 기초적인 것이 안 되었던 거죠.” 난민지원단체인 피난처의 이호택 대표의 말이다.

조씨 등 버마NLD-LA 회원들은 출국권고 조치에 불복, 난민인정 행정소송을 냈다. 재판 결과, 1심과 2심에서 이들은 난민인정불허처분 취소판결을 받았다. 보통 대법원에서는 하급심의 법리상 문제 여부를 검토하기 때문에 원심대로 판결이 확정될 가능성이 높다. 사건을 맡고 있는 아름다운재단 공익변호사 그룹 공감 소속 정정훈 변호사는 “예단할 수는 없지만 결론이 크게 변화할 것으로 보진 않는다”고 말했다. 조씨의 출국권고서 뒷면엔 ‘출국기간유예’를 알리는 파란색 스탬프가 빼곡히 찍혀 있다. 재판이 진행되는 동안 삼개월에 한 번씩 조씨 등은 서울출입국 사무소에 가 심사관의 도장을 받는다. “불심검문을 받을 때도 있는데, 증서를 내밀면 경찰들도 이게 뭔지 몰라요.” 조씨의 말이다.

99년까지 5년간 한 명도 인정 안해

한국이 ‘난민지위에 관한 협약’, ‘난민지위에 관한 의정서’ 등 국제사회의 난민인정제도를 도입한 것은 1992년. 출입국관리법 시행령에 난민인정조항을 신설한 1994년부터 1999년까지 5년간 난민인정 신청은 53건이 있었지만, 한 건도 허가되지 않았다. 그러다가 2000년대에 들어와서 난민인정이 하나둘씩 되기 시작하여 2007년 6월 말 현재 난민으로 인정된 사람은 62명이다. 1994년부터 2006년까지 총 난민 신청자는 1408명. 여기에 아직 ‘심사대기’에 머무르고 있는 824명을 제외하면 이 기간 누적 난민인정률은 14.8%에 이른다(한국의 난민현황 표 참조).

이 수치의 ‘해석’을 놓고 정부당국과 인권단체들은 입장을 달리 한다. 한국의 난민인정문제가 논란이 될 때마다 정부는 “한국의 난민인정률이 다른 나라보다 결코 낮은 것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2005년에는 우리나라의 난민인정률이 8.3%인데, 이것은 독일 8.1%, 일본 7.9%, 프랑스 12.8% 등 다른 나라와 비슷한 수치라는 것이다. 그러나 수치가 반드시 중요한 것은 아니다. 공존행 법무부 출입국외국인정책본부 국적난민과 계장은 “어차피 개별적으로 신청이 이뤄지므로 어떤 사람이 난민 신청을 했다면 그 사람이 실제 난민이냐 아니냐가 중요하지 숫자 자체는 큰 의미가 없다”며 국제협약과 법에 의한 원칙적 접근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전 세계적으로 추산하는 난민 수는 약 1000만 명. 한국의 난민신청자가 1400여 명이라면 설령 이 사람들을 모두 난민으로 인정하더라도 세계 난민의 1만분의 1밖에 안 된다는 것이다. 각국의 경제력에 상응하여 지구촌의 고통을 분담한다면, 10위 경제대국인 한국의 태도가 너무 원칙에 얽매인 게 아니냐는 반론이다. 피난처 이 대표는 “난민 아닌 사람을 난민으로 인정할 필요는 없지만, 한국의 난민신청자 대부분은 인정 여지가 있는 사람들”이라며 “그 사람들이 테러리스트가 아닌 바에야 받아들이는 게 마땅하며, 설혹 난민인정이 거부되더라도 솔직히 쫓아낼 방법이 없지 않냐”고 반문한다. 난민인정기준을 원칙만 앞세울 게 아니라 너그럽게 하자는 주장이다. 김희진 국제엠네스티 한국지부 국장도 “굳이 정치적인 핍박이 아니더라도 다른 이유로 난민개념 안에 들어가는 경우가 많은데, 한국정부는 소극적인 시각으로 난민문제에 접근한다”고 주장한다.

국제사회도 난민문제에 대한 한국정부의 소극적 태도를 지적한다. 국제인권단체인 ‘휴먼라이트워치(HRW)’는 지난해 12월 31일에 낸 한국보고서를 통해 “한국은 북한 주민 이외의 난민과 망명 희망자들에게는 결코 관대하지 않다. 한국은 1992년 유엔 난민협약에 가입한 이후 950여 명의 난민신청자 중 겨우 48명에게만 난민지위를 인정했다. 북한 주민들과 달리, 난민 지위를 가진 그들에 대한 재정적 지원은 거의 존재하지 않는다”고 비판했다. 그러나 법무부는 “탈북 주민들은 ‘북한이탈주민의보호및정착지원에관한법률’이라는 특별법 규정에 의해 지원하고 있고, 난민과 관련해서는 난민협약규정과 정신에 따른 처우와 지원을 하고 있기 때문에 탈북자와 난민을 비교하는 것은 적절하지 않다는 입장이다.

한국 내 난민, 전 세계 1만분의 1에 불과

국가인권위도 지난해 6월, 법무부와 보건복지부·외교통상부 등 관련부처에 ‘난민의 인권보호를 위한 정책개선 권고안’을 냈다. ▲강제송환금지원칙 법률상 명문화 ▲난민신청인에 대한 임시적 지위 부여 ▲난민인정기관의 1, 2차 심사기관의 독립운영 ▲적정 수준의 난민담당 공무원 확충 및 난민신청인에 대한 적절한 법률적 지원 등의 내용을 담고 있는 이 권고 역시 난민인정절차와 난민에 대한 처우개선 문제에 집중되어 있다.

국가인권위 인권정책국 법제개선 담당관실 오유진씨는 “인권위 권고안에 대해 현재 법무부 등 관련 부처에서도 절차적 미비점을 인식하고 법 개정안을 마련하고 있기 때문에 섣불리 결론짓기는 어렵다”며 “제일 큰 문제는 정부가 안 받아들이려 한다기보다 전반적 개선을 추진하기 위해선 다른 뒷받침이 필요하다는 것”이라고 말했다.

어려운 점은 난민제도에 대한 ‘악용(abuse)’ 여부를 가려내는 것이다. 한국난민실태와 제도개선방안에 대해 2005년 국회인권포럼을 열었던 황우여 의원(한나라당)실의 계민석 보좌관은 “중국이나 조선족, 동남아시아 등지에서 밀입국 사례가 많기 때문에 법무부 입장에서는 판단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말한다. 인권이라는 큰 카테고리에서 볼 때 경제적인 이유에서 이탈하는 경우도 난민으로 인정할 수 있지만, 난민 인정시 중요한 역할을 하는 ‘본국 귀환시 박해에 대한 공포’가 객관적으로 실존하는지 여부를 판단하기가 매우 어려우므로 결국은 인터뷰나 심사과정을 통해 필터링할 수밖에 없다는 지적이다. 실제 한국의 난민신청 현황을 보면 2003년까지는 두 자리 수에 머물던 난민인정 신청 수가 2004년 148건, 2005년 410건으로 ‘급증’했다. 외국인노동자 고용허가제 도입 시기와 일치한다. 난민인정 신청을 미루고 있던 사람들부터, 제도를 모르던 사람들, 그리고 일부 ‘악용’을 목적으로 하는 사람까지 한꺼번에 신청이 몰렸다. “그런 식으로 난민신청이 몰리니까 당국이 2005년부터 수세적으로 가는 것이다. 2004년에는 난민인정률이 25%까지 올랐다가 현재는 14.8%다. 아마도 인정률은 계속 떨어질 것이다.” 이 대표의 전망이다.

난민신청이 폭발적으로 늘어나다 보니 당국도 업무 과부화가 생길 수밖에 없다.

“법무부 쪽에서 굉장히 노력하는 것은 사실이다. 하지만 워낙 적은 인력이다 보니 현실적 한계가 나타나고 있다.” 엠네스티 김 국장의 지적이다. 현재 난민 관련 전담인력은 총 9명. 국적난민과에 3명, 서울사무소에 6명이 있다. 그나마 업무가 폭주하자 지방과 수도권 사무소에서 각각 1명, 3명을 파견해 보강한 인원이다. 난민 관련 업무는 출입국관리국의 일반적인 업무와 달리 판정문제, 즉 일종의 준 사법절차와 같다. 자료조사나 케이스 판별에 시간이 많이 걸리는 전문성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현재의 인력으로는 터무니없이 부족하다는 것이 인권단체 활동가들의 공통된 지적이다. 최근 정치상황이 악화하면서 급격히 늘어난 네팔 국적의 난민신청자가 291명에 이르는데도 현재까지 인정된 사람은 한 사람도 없고 대부분 1차 심사 중이라는 사실도 인력 부족을 증명한다.

신청인 입장에서 신청기간이 길어진다는 것은 ‘진정한 난민’이나 악용하는 경우 모두 나쁜 영향을 미친다. ‘진정한 난민’이라면 불안한 지위라는 고통의 기간이 그만큼 길어진다는 뜻이며, 악용하는 경우라면 난민신청자라는 지위로 몇 년간 더 체류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법무부는 “단체들의 주장과 달리 실제 심사에 들어가서 1년을 넘긴 적은 없다”면서도 “심사대기상태가 길어지면서 일부 악용 사례가 있을 수도 있다”고 인정한다.

심사기간은 길고 생계대책은 없어

더 큰 문제는 그 기간에는 아무런 지원책이 없다는 점. 외국의 경우는 심사대기 기간인 3개월에서 6개월 사이에 결정되며, 이 기간을 넘기면 취업비자를 준다. 또한 심사기간에 취업이 금지되는 대신 숙소나 생계비 등 의식주 문제를 해결해주는 반면, 한국은 심사기간이 길어지는 반면 생계대책은 전혀 제공하지 않는다.

난민인정불허결정에 대한 이의가 제기되었을 때 심사담당기구인 ‘난민인정협의회’의 전문성 문제도 제기된다. 법무부 차관을 회장으로 하는 이 기구는 출입국관리국, 인권국, 외교부 인권사회국, 국정원 등의 국장급 관료 5명과 민간위원 5명으로 구성된다. 민간위원은 차치하더라도 이 국장급 공무원들의 난민문제와 관련한 전문성은 있을까. “국장급 공무원은 대개 바쁜 사람들입니다. 사실 자기가 맡은 국정업무에서 전문적으로 봉사해야 할 사람들이 남의 업무에 속하는 문제를 검토하고 판정할 이유가 없어요. 오히려 그 사람들이 열심히 하면 ‘왜 남의 일에 관여하느냐’는 식이 되고 말죠. 바쁜 사람들이다 보니 자주 모일 수도 없으니까 심사가 느려지는 거예요. 그러다 보니 국적난민과에서 준비하는 자료에 의존해서 판단하는 거고, 또 그래서 국적난민과 담당공무원도 지적받을까봐 선뜻 인정해주자는 의견을 내지 못하는 거예요.” 한 난민인정불허자의 이의제기를 도왔던 인권단체 관계자의 주장이다.

통역문제도 거론된다. 정확하지 않은 통역 때문에 마치 난민신청자가 앞뒤가 맞지 않은 말을 하는 것처럼 둔갑한다는 것. 법무부 공 계장은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지만, 현재는 몇 차례에 걸쳐 면담을 하기 때문에 지금은 큰 문제가 아니다”라며 “하지만 특히 아시아나 아프리카의 소수민족 출신은 정치적으로도 민감하지만 현지어를 구사하는 사람을 고용할 수 없기 때문에 어려운 점은 있다”고 밝혔다.

난민으로 인정됐다고 해서 특별히 행복한 삶을 사는 것은 아니다. 법무부는 처우 개선 정책수립을 위해 매년 난민인정자들을 대상으로 생계수단이나 월수입 등 기초생활실태조사를 실시한다. 뉴스메이커가 법무부에 요청해 입수한 지난해 조사 결과에 따르면 난민인정자 42명 중 21명이 생산·판매업에 종사하며, 일용·건설업 종사자도 7명이다. 전체의 60%가 넘는 수치다. 월수입도 100만~150만 원이 22명, 100만 원 미만이 21명으로 과반수이다(난민인정자 실태자료 표 참조). 2003년 난민지위를 인정받은 내 툰 나잉씨(39)는 “한국정부로부터 건강보험증과 외국인등록증, 그리고 난민여행증명서를 받았을 뿐, 다른 지원을 받은 기억이 없다”고 말한다. 언어소통 문제 등으로 대부분 난민은 경기 안산이나 부천 등 외국인 노동자가 많이 거주하는 공단지역에 살고 있다. 황우여 의원실의 계 보좌관은 “우리가 중국 정부에 탈북난민에 적극적 자세를 보일 것을 요구하기 전에 우리 사회의 난민문제에 대해 전향적 태도를 보였는지 돌아볼 필요가 있다”고 말한다. 우리 자신부터 떳떳해야 다른 나라에 탈북자 인권 및 처우개선 등을 당당히 요구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인권위 오유진씨는 “한국사회에서 난민에 대한 인식이 너무 부족하다 보니 난민비자를 들고 취직하려고 해도 불법노동자 취급받는 경우가 많다”며 “궁극적으로 시민사회의 성숙도와 관련 있지만 난민을 사회공동체의 일원으로 받아들이고 그들과 함께 살아가려는 자세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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