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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ice(2011-02-22 14:01:43, Hit : 2934
 사람사는 이야기, 음악은 사랑입니다.

     음악은 사랑입니다.

  사람 사는 이야기  최충언

요즘 난 클래식 음악에 푹 빠져있다. 여태껏 음악이라고 해야 대중가요와 팝이 전부였다. 의사가 되고 나서 노동사목 의료팀 자원활동가로 참여하면서 우연히 클래식 음악에 눈을 뜨기 시작했다. 어느 해 크리스마스 이브에 마니또 게임을 했다. 암과 오랫동안 투병생활을 했던 지금은 고인이 된 환경사목 활동가였던 에디따 누님이 내게 시디 하나를 선물했던 것이다. 첼로의 전신인 비올라 다 감바 연주 시디였다. 그 뒤로 사람의 목소리를 닮았다는 첼로연주를 좋아하게 되었다.

직장을 알로이시오 기념병원으로 옮기면서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의 정기 자선연주회에 해마다 가게 되면서 교향악에도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소년의 집은 갓난아이부터 대학생까지 700여 명이 함께 지낸다. 초·중·고등학교도 같은 곳에 있다. 알로이시오(1930-1992) 신부가 1969년 전쟁고아를 위해 지은 시설이다. 소년의 집 오케스트라는 1979년 3월에 마리아수녀회를 만든 알로이시오 슈왈츠 몬시뇰이 창단했다. 최근에는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1998년부터 알로이시오 기념병원 외과에서 일하면서 늘 기다려지는 것은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이 연주하는 자선음악회였다. 언제나 그렇듯 첫 곡은 가톨릭성가 151번 ‘주여 임하소서’이다. 잔잔한 선율에 가슴이 뭉클해지고 코끝이 찌릿한 감동을 받는다. 30년 넘게 수녀들의 사랑으로 합주단을 꾸려왔다는 것은 거의 기적에 가깝다.

다큐멘터리 영화인 <기적의 오케스트라 - 엘 시스테마>(2008)를 보면 감동이 몰려온다. 1975년에 들리는 것은 오직 총소리 밖에 없었던 베네수엘라의 어느 허름한 차고에 아이들이 모였다. 그들은 전과 5범을 포함한 11명의 거리의 아이들이었다. 이들은 태어나서 처음으로 총 대신에 악기를 들고 음악을 연주했다. 엘 시스테마(El Sistema)는 국가 지원을 받는 베네수엘라의 음악 교육 재단이다. 베네수엘라 경제학자 호세 안토니오 아브레우가 음악을 위한 사회 행동을 조직하였고, 아이들을 가르치고 재활하고 범죄 행위를 예방하여 아이들을 보호하기 위해 음악을 이용하는 목적으로 만들어진 프로그램이었다. 이 프로그램은 마약과 범죄에 무방비로 노출된 빈민 아이들을 구해주었다. 차고에서 열렸던 음악 교실은 베네수엘라 전역의 센터로 퍼져나갔고, 11명이었던 단원 수는 30만 명에 이른다. 엘 시스테마의 중요한 결과물로는 시몬 볼리바르 청소년 관현악단이 있다. 이 오케스트라는 2007년 카네기 홀에서 두다멜의 지휘로 데뷔하여 열광적인 반응을 얻었다.

지난해 2월 11일에 알로이시오 관현악단이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섰다. 재학생 40명과 졸업생 60명등 100여명이 연주를 했고, 공연을 성황리에 마쳤다는 보도를 접했다. 베르디의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 주요 아리아와 차이콥스키 교향곡 제5번 마단조 작품64를 들려주었다. 2000여 관객이 가득 찬 카네기홀에서 ‘세상을 바꾸는 까까머리 소년들의 자선 음악회’를 멋지게 열었다는 소식에 모두들 기뻐했다. 미국 잘 다녀오라고 병원식구들이 십시일반 보탰다. “음악은 사랑입니다. 저희가 연주하면 사랑을 만드니까요.” “음악이 부모님이다 생각하고 열심히 살아왔어요.” 이렇게 말하는 수녀님들의 사랑을 먹고 자란 아이들이 꿈을 연주하고 돌아오면서 감사의 뜻으로 미국에서 사 온 초콜릿 두 상자를 선물로 내밀었을 땐 눈물이 날 뻔 했다.

오는 2월 27일에 음악의 천사들이 부산문화회관 중극장에서 처음으로 알로이시오 앙상블 연주회를 가진다. 나는 벌써 마음이 설렌다. 예매권 넉 장을 준비했다. 사랑하는 사람들과 같이 가서 ‘독주’보다는 ‘합주’에 뛰어난 까까머리 소년들이 어우러져 만들어내는 아름다운 선율을 타고 악기들이 춤을 추기 시작하는 모습을 상상하는 것만으로도 즐겁다. 남이 쓰다가 기증했거나 어디서나 쉽게 구할 수 있는 낡아 빠진 악기들이고, 특별하지도, 빛나지도 않지만 자신들의 꿈을 혼신을 다해 연주할 것이다. 남들처럼 음대에 진학해 악기를 삶의 도구로 삼아 무대에 오르지 못할지라도, 이들의 연주는 누군가의 영혼을 깨어나게 하고 더러는 고단한 삶에 위로와 안식을 주는 저 그리운 어머니 품의 선율을 들려줄 것이다.

부산과 베네수엘라의 두 청소년 관현악단의 이야기는 서로 비슷하게 기적을 만들어내었다. 기적이 믿음을 보증하는 것은 아니지만, 음악을 통한 그들의 간절한 기도가 기적을 이루어내었으리라. 진심으로 희망하면 그것은 현실이 되는 걸까. 노동자들이 타워크레인에서 정리해고 철회를 요구하며 고공농성을 벌이고 있는 요즘, 난 이 땅의 노동자들이 땀에 쩐 작업복을 갈아입고 가족의 손을 잡고 연주회장에서 아름다운 선율을 들으면서 행복에 젖기를 희망한다.

최충언 / 플라치도, 알로이시오기념병원 외과의사
출처 가톨릭뉴스, 지금여기

* 최충언님은 우기기금의 정기후원회원 이십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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