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학순정의평화기금
 

  
 justice(2005-06-20 12:09:16, Hit : 5454
 기획기사 (하): 인도 서벵골주의 끔찍한 법의학 조사 실태

1. 기획기사 (하): 인도 서벵골주의 끔찍한 법의학 조사 실태


인도에서는 사람이 죽은 경우, 희생자와 가족이 겪는 고통은 죽음 그 자체로 끝나는 것이 아니다. 진실을 규명하기 위한 험난한 여정이 그들을 기다리고 있기 때문이다.


형사소송법(Criminal Procedure Code 1973)에 따르면, 인도에서는 자연사가 아닌 경우 경찰이 사건을 치안판사(Magistrate)에게 보고하고 판사의 지휘 하에 조사를 실시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현실에서는 경찰이 치안판사에게 이를 보고하는 일은 매우 드물다. 오히려 앞으로 발생할지도 모를 책임을 회피할 요량으로 사건을 자의적으로 조사하고 있는 실정이다.


그리고, 인도에서는 사람이 경찰서나 법원 유치장에 구류인 상태에서 사망한 경우, 고등법원 사법판사(Judicial Magistrates)가 사건을 조사하도록 법에 명시하고 있다. 그러나 인도 서벵골주에서는 행정판사(Executive Magistrates)가 이 임무를 불법적으로 맡고 있는데, 이 행정판사는 법무부 소속이 아니라 경찰과 마찬가지로 내무부 소속이다. 그 결과, 위와 같은 구류중 사망사건을 조사할 때, 혐의자(경찰), 검찰 그리고 판사 모두가 같은 기관에 소속되어 있는 상황이 발생하게 된다. 많은 경우, 행정판사는 관행적으로 자체적인 독립조사 없이 경찰의 보고서만을 기초로 해서 사건을 처리하기가 일쑤이다.  


또한, 서벵골주에는 구류 중 사망사건에 대한 소송관련 문서를 처리하는 독립적인 법원 관리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대신 그 지역 경찰서에서 파견된 경찰관이 법원에 상주하며 법원기록과 문서들을 관리하고 있다. 그래서 피해자 가족들이 법원의 서류접수처에 가면 혐의 경찰관의 친구일지도 모르는 경찰관들이 서류를 접수받고, 당연히(!) 이들 서류들은 종종 내용이 변경/위조되거나, 손상 심지어는 분실되기도 한다. 한 예로, 경찰고문치사 사건에 대해 법원에서 4년이 넘게 싸워온 힌 가족은 법원에 상주한 경찰로부터 소송과 관련한 모든 문서를 분실했으므로 처음부터 모든 것을 다시 구비해야 한다는 통보를 받은 적도 있다. 이 경우, 가족들은 깊은 좌절과 허탈감에 사로잡히게 된다.    


덧붙여, 인도 법에 따르면 피해자의 시신에 대해 의무적으로 검시 (post-mortem examination)가 이루어져야 한다. 하지만, 서벵골에서는 (그리고 다른 인도지역에서도 마찬가지로) 검시는 오로지 경찰의 명령이 있을 때만 실시되고 있다. 게다가 서벵골주의 검시 여건은 너무나 열악해서 검시과정 그 자체가 오히려 피해자의 시신에게 더한 학대와 모욕이 되고 그 가족에게는 치욕을 안겨주는 상황만을 야기하고 있다.


이번 기사에서는 위에서 언급한 것 중 네 번째 내용인 서벵골주의 끔찍한 법의학/검시 조사 실태에 대해 좀더 자세히 알아보고, 이것이 시스템적으로는 사법제도와 피해자들의 정의구현에 어떠한 악영향을 끼치고 있는지 자세히 알아보고자 한다.



서벵골주의 검시조사(post-mortem examinations) 실태는 믿을 수 없을 정도다. 대부분의 시체 공시소(公示所)는 지방병원에 위치하고 있는데 상태가 너무 열악하다. 예를 들면 인도의 그 더운 여름 날씨에서 시신들을 보관할 냉동시설이 갖춰져 있지 않아 이삼일이 지나면 시신들은 벌써 지독한 냄새를 풍기며 부패해 있기 일쑤이다. (사건의 증거보관에 대한 문제를 차치하더라도 이것은 시신에 대한 학대이다.)



인도법에 따르면, 검시는 전문 의사들이 하도록 되어 있다. 하지만, 검시를 맡은 의사들은 대체로 법의학 훈련을 받지 않은 사람들로 가끔은 치과의사나 정신과 의사처럼 검시에 전문지식이 없는 사람이 하기도 한다. 도한 이들은 정부로부터 검시를 하는 것에 대한 제대로 된 보수를 받지 못하기 때문에 이를 기피하는 경우가 많고, 실제로 검시를 하지 않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검시는 소위 불가촉천민 (힌두교에 기반한 네 개의 카스트 계급에도 속하지 못한 사람들로 극단적 차별의 대상이 되고 있음)에 속하는 돔(Dom) 계급 사람들에 의해 이루어진다. 대개가 전혀 교육을 받지 목한 이들은 녹이 슨 망치와 못, 도끼를 가지고 시신을 절개하고는 썩는 냄새 때문에 30-40미터 멀찌막하게 떨어진 곳에 앉아있는 (원래는 검시를 해야할 의무가 있는) 의사에게 본 것을 알린다. 그러면 의사들은 그 내용을 그대로 받아적고 그것이 그대로 검시보고서로 둔갑이 된다.



부검이 끝난 후에는 시신들은 절개부분이 봉합되지도 않은 채 버려지는데, 이 시신들은 특정보호구역이 아니라 사람들의 출입이 자유로운 건물 바닥에 유기되어 습한 환경에서 썩도록 방치된다. 심지어 이 시신들이 쥐나 개의 먹이가 되는 경우도 많다. 사망자의 유가족들은 부검이 실시될 경우 의사와 돔 두 명 모두에게 추가 비용을 지불해야 하는데, 그렇다고 해서 부검이 시신이 합법적인 그리고 과학적인 방식으로 진행되는 것은 아니다. 이 추가비용은 다만 부검 후에 시신의 절개부분을 봉합하해서 최소한의 예의를 지키는 것만을 보장한다. 이러한 일들은 대부분의 국립병원에서 관행처럼 일어나고 있다. 세심한 주의와 배려 하에 다루어져야 할 사망자의 시신이 이처럼 다루어지는 것은 망자와 그 가족들에 대한 인간 존엄성에 대한 모독이자 심각한 권리 침해이다. (첨부된 사진 참조. 사진이 매우 적나라하므로 유의하기 바람- 사진1, 사진2)



하지만, 더욱 심각한 문제는 이러한 잘못된 검시체계가 서벵골주의 사법체계의 부패와도 깊게 연관되어 있다는 점이다. 많은 경우에, 가해자들은 의사나 경찰과 결탁하여 거짓 검시보고서를 작성한다. 의문사의 경우 부검결과가 아주 중요한 증거 중 하나가 되는데,  법원에서는 이 거짓보고서가 중요 자료로 채택되어 그 결과 가해자들이 어떠한 처벌도 받지 않는 일이 발생한다. 비록 법의학적 조사가 합법적인 방법으로 행해질 경우에도, 그 보고서 관리는 법원에서 대리인 자격을 가진 경찰관들에 의해 처리된다. 사건에 관련한 모든 기록들을 쉽게 입수할 수 있는 이들 경찰관들은 가해자나 관련 경찰관들에게 이를 불법적으로 유출해 사건의 정의가 구현되는 것을 막는 경우가 많다. 이 것 또한 인도의 사법체계의 심각한 문제중 하나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경찰에 의한 고문이나 수감 중 사망한 경우는 상황이 더 심각하다.



고문은 인간에 대한 가장 잔인한 범죄행위중의 하나이다. 고문 및 기타 잔학한, 비인도적인 또는 굴욕적인 취급 또는 형벌을 금지하는 유엔조약(UN Convention against Torture and Other Cruel, Inhuman and Degrading Treatment or Punishment:CAT -짧게 줄여서 국제고문방지협약이라고 함)을 살펴보면 위에처처럼 시신을 학대하고 모욕하는 것 또한 고문의 범주안에 드는 범죄행위라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인도 정부는 조속히 국제고문방지협약을 비준하고 관련국내법을 정비하여 이를 철저히 실행해야 한다. 이를 통해서만 경찰에 의한 고문이나 시신에 대한 학대, 그리고 수감중 사망사건이 줄어들고 사건조사가 합법적으로 이루어지며, 희생자들이 합당한 보상을 받고 가해자들이 처벌받을 수 있는 길이 열릴 것이다.



하나 더 부연을 하자면, 법원의 판사들의 법의학에 대한 인식도 문제가 된다. 관련 조사에 따르면 인도 판사들의 경우 (이미 그 부정확성 때문에 신뢰할 수 없는 방법으로 여겨지는) 거짓말참지기에 긍정적인 태도를 보이는 반면, 법의학적 증거에 대해서는 "사람이 한 것이므로 실수가 있을 수 있다. 범죄자를 간파해 낼 수 있는 것이 아니라면 별 소용이 없다."라는 식의 반응을 보인다. 이는 법의학 증거가 (제대로 실시될 경우) 매우 과학적인 것으로 이미 다른 여러 나라의 사법기관들이 인정하는 것과는 매우 대조된다.

  

국제사회와 NGO들이 기초적인 사실에 대한 검토와 현행 법률을 제대로 실행하지 않음으로 인해 발생하는 위와 같은 고질적인 문제들을 바로잡는데 노력하지 않고, 정부가 형식적으로 법률을 재정비하도록 하는 것에만 활동의 초점을 맞춘다면 이는 결국에 정부 관계자들의 이속만을 챙기는 일밖에 되지 않는다.



필자주: 위의 기사 내용은 http://www.ahrchk.net/ua/mainfile.php/2004/639/와 http://www.ahrchk.net/statements/mainfile.php/2004statement/146/에 나와 있는 내용을 기초로 재구성하여 작성된 것입니다.



Asia in the Eyes of Korea-E-Newsletter- Vol.1, No.3 (17 June 20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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