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학순정의평화기금
 

  
 justice(2010-01-15 11:48:30, Hit : 344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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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아시아, 태평양에만 1억2200만 어린이 노동자...


  우즈베키스탄 수도 타슈켄트 남부지역의 면화밭에서 한 소년이 트럭 위에 올라 갓 거둬들인 면화 더미를 부리고 있다. 여물지 않은 손으로 추수한 면화에서 실이 뽑히고, 그 실로 짠 옷감으로 어딘가에서 또 다른 아이들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싼 옷에 선명한 고사리손
   아시아·태평양에만 1억2200만 어린이 노동자, 세계 3위 면화 수출국
우즈베키스탄은 면화 재배철 ‘휴교’

  “어린이가 뿌린 씨를 어른이 거두고 있다.”

스위스 취리히에 본부를 둔 외교·안보 전문기관 ‘국제관계·안보 네트워크’(ISN)는 지난해 말 펴낸 보고서에서 이렇게 전했다. 연말연시 주고받는 선물 속에 어린이 노동의 피와 땀이 배어 있다는 새삼스런 지적이었다. 새로운 해의 문을 열면서, 잠시 지구촌 어린이 노동의 현주소를 돌아볼 만하다.

15살 미만 어린 나이에 ‘노동자’로 살고 있는 아이들은 얼마나 될까? 영국의 시민사회 연대체인 ‘윤리적 무역 구상’(ETI)이 펴낸 자료를 보면, 그 수가 무려 2억1100만 명가량이나 된다. 국제노동기구(ILO)에 딸린 ‘어린이 노동 뿌리 뽑기 프로그램’(IPEC)이 지난 2006년 펴낸 ‘지구촌 어린이 노동 보고서’ 최신판을 보면, 이 가운데 아시아·태평양 지역에만 1억2200만 명가량의 ‘어린이 노동자’가 살고 있다. 지구촌 전체를 놓고 볼 때 약 60%에 이르는 수치다.

아프리카 어린이 절반은 노동자

좀더 자세히 들여다보자. 아시아·태평양 지역의 5~14살 어린이 인구는 약 6억5천만 명이다. 이 가운데 18.8%의 아이들이 노동현장으로 내몰리고 있다. 그러니 우리가 살고 있는 대륙에선 어린이 5명 가운데 1명이 ‘노동자’란 얘기다. 규모에선 아시아·태평양에 뒤처지지만, 인구 비율 면에서 상황이 최악인 것은 단연 아프리카다. 아프리카에선 15살 미만 가운데 노동에 내몰린 어린이가 무려 41%에 이른단다. 5명 중 2명꼴이다.

못난 어른들이 아이들에게 대체 무슨 일을 시키고 있을까? 다시 ILO의 자료를 보면, 지구촌 어린이 노동자 가운데 약 70%(1억3200만 명)은 농업 분야에서 일하고 있다. ISN이 세밑에 펴낸 보고서에서 ‘의류산업’에 주목한 것도 이 때문이다. 무슨 말인가? 옷은 천으로 만든다. 천은 실로 짠다. 그럼 실은 어디서 나올까? 인조섬유를 말하는 게 아니라면, 답은 ‘면화’로 모아진다. 면 소재가 들어간 옷의 원산지를 굳이 따지자면, 면화가 생산된 곳으로 보는 게 옳다. 그래서다. ISN은 우즈베키스탄의 목화밭에서 얘기를 풀기 시작한다.
소비에트 붕괴와 함께 1991년 9월 독립한 우즈베키스탄은 이후 단 한 차례도 정권 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독립 1년여 전 집권한 이슬람 카리모프 대통령이 세기를 바꿔가며 철권을 휘두르고 있다. 2550만 인구 가운데 27.5%(약 680만 명)가 ‘공식적’으로 극빈층으로 분류된다. 우즈베크는 몹시도 가난한 나라다. 그 나라 경제를 지탱하고 있는 게 면화 농사다.

영국 ‘환경정의재단’(EJF)이 지난 2005년 펴낸 ‘백색 금’이란 제목의 우즈베크 면화산업 관련 보고서를 보면, 우즈베크 인구의 3분의 1이 면화 재배농이다. 미국과 인도에 이어 세계 제3위의 면화 수출국인 우즈베크는 한 해 80만t가량의 면화를 수출한다. 이를 통해 10억달러를 벌어들인다. 면화 농사는 우즈베크 외화벌이의 60%가량을 떠맡고 있다. 우즈베크에서 면화의 흰 솜털은 황금이나 다름없는 게다.

소비에트 시절, 우즈베크의 면화산업은 기계에 힘입은 바 크다. 소련의 원유 공급으로 전체 면화 생산량의 3분의 2를 기계로 거둬들였다. 하지만 소비에트 해체와 함께 값싼 기름도 끊겼다. 최근 우즈베크에서 기계로 추수하는 비율은 단 10% 남짓에 그치고 있단다. 그 나머지는 사람 손으로 거둬들여야 한다. 대부분 ‘고사리 손’이다.

우즈베크, 교장이 부과한 할당량 채워야

EJF는 보고서에서 “면화 수확철이 되면 학교가 문을 닫고, 7살 어린이들도 밭으로 나가 학교장이 부과한 할당량을 채워야 한다”며 “구체적으로 얼마나 많은 어린이들이 강제 동원되는지는 확인할 길이 없지만, 대체로 한 해 6~7살 이상 15살 미만 어린이 200만 명가량이 면화 수확에 내몰리고 있다”고 전했다.

우즈베크 정부는 면화 생산과 유통을 사실상 독점하고 있다. 거둬들인 면화는 모두 국경 기업이 수매하기 때문이다. 이렇게 생산된 면화 대부분은 유럽을 비롯한 전세계 시장으로 팔려나간다. 그럼 우즈베크 어린이들은 하루 얼마나 벌까? ISN은 보고서에서 “잘해야 하루 14센트가량이 고작”이라고 전했다. 한 푼도 받지 못하는 아이들도 많단다. ISN은 “어린이들은 할당된 ‘면화 생산량’을 채워야 하며, 이는 곧장 성적과 직결된다”며 “거부하면 체벌이 가해지거나 심한 경우 퇴학 처분이 내려지기도 한다”고 전했다. 우즈베크에서 한 해 생산하는 면화는 80만t가량에 이르는데, 이 가운데 절반가량을 고사리 손이 수확한다는 게 ISN의 지적이다.

어린이 노동을 통해 생산된 면화를 원자재로 의류를 제작하는 업체는 어디일까? 구체적으로 확인하기는 쉽지 않다. 다만 ISN은 보고서에서 “이를테면 영국에서 판매되는 모든 면제품의 4분의 1가량에 우즈베크산 면사 제품이 사용됐다”고 전했다. 실제 영국 시민단체 ‘소셜올터레이션’(SA)은 지난해 11월15일 내놓은 ‘의류산업을 바꾸자’란 제목의 보고서에서 이렇게 지적했다.

“영국 의류시장은 한 해 590억달러 규모를 자랑한다. 하지만 영국 시장에 제품을 공급하는 지구촌 노동자들의 평균임금은 하루 2달러에도 미치지 못하는 게 현실이다. 이들 대부분이 장시간 노동에 허덕이고 있음에도, 적절한 음식과 옷가지는 물론 주거와 자녀 교육에 필요한 충분한 돈을 벌 가능성은 전혀 없다.”

어디 우즈베크뿐일까? 지구화의 물결 속에 다른 시장과 마찬가지로 의류산업 역시 격한 경쟁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있다. 조금이라도 싼값에, 조금이라도 나은 품질의 제품을 만들어내는 게 지고지선이 된 지 이미 오래다. 열악한 제3세계 노동자들의 권익 보호 활동을 펼치고 있는 영국 시민단체 ‘상표 뒤에 숨은 노동’(LBL)은 지난해 내놓은 보고서에서 “하청에 재하청으로 이어지며 지구촌으로 퍼져나간 의류산업의 공급 구조가 워낙 복잡해 자사 상표를 붙여 판매하는 최종 판매업체에선 자사 제품이 어디서, 어떤 환경에서 생산됐는지 파악조차 못하고 있다”며 “판매업체로선 굳이 저임금과 열악한 노동조건에 눈길을 둘 이유도 없다”고 꼬집었다.

의류 노동자 임금 15% 올린 ETI

희망의 불씨가 없는 것은 아니다. 지난 1998년 활동을 시작한 ETI에는 2009년 말 현재 소비자의 눈길을 의식한 50여 의류 생산업체와 3만9천여 판매업자들이 동참하고 있다. 이에 따라 이들 업체에 제품을 납품하는 어린이 노동자를 포함한 지구촌 860만여 의류 노동자들의 임금도 평균 15%가량 높아졌으며, 노동시간도 평균 17%가량 단축되는 효과를 보게 됐단다.

요지부동이던 우즈베크에서도 변화의 조짐이 보이고 있다. 국제사회의 압력에 몰린 우즈베키스탄 정부는 지난해 5월 어린이 노동을 금지한 ILO 협약을 받아들이겠다고 밝혔다. <로스앤젤레스타임스>는 지난해 11월4일치에서 “우즈베키스탄 의회가 관련 법 정비를 통해 16살 이하 어린이들이 위험한 노동에 내몰리지 않도록 규제하려는 움직임을 보이고 있다”고도 전했다. 그럼에도 지난해 면화 수확철에도 어김없이 수많은 어린이들이 목화밭에서 조막손을 놀려야 했다는 게 국제 인권·사회 단체들의 전언이다.

우리가 입고 있는 옷, 싸게 샀다고 좋아만 할 게 아니다. 그 옷이 어디서 왔는지에 한 번쯤 관심을 가질 일이다. 여물지 않은 손으로 추수한 면화에서 실이 뽑히고, 그 실로 짠 옷감으로 어딘가에서 또 다른 아이들이 재봉틀을 돌리고 있다. 화려한 매장에서 만난 세계적인 상표도 예외는 아닐 터다. 고얀 일이다. 어리바리 놀아나지 말아야 한다. 한 번쯤 따져물을 일이다. 간혹, 관심만으로 세상이 바뀌기도 한다.


출처 : 한겨레신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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