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학순정의평화기금
 

  
 justice(2007-10-08 13:25:34, Hit : 508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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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좌절된 땅의 끝자락에 서 있는 사람들


좌절된 땅의 끝자락에 서 있는 사람들  
탈레반의 진실 혹은 거짓 (최창모 - 건국대 히브리중동학과 교수)

“1985년 사진작가 스티브 맥커리가 찍은 내셔널 지오그래픽 잡지 표지에 실렸던 이 사진을 다 아실 겁니다. 12살인 ‘샤르밧 굴라’라는 이름의 아프가니스탄 소녀의 사진입니다. 삶의 뿌리를 송두리째 잃어버린 절망의 텅 빈 듯한 표정과 끈질긴 생존의 의지가 함께 응고된 듯한 초록빛의 눈동자를 지닌 얼굴로 충격을 주었습니다.

17년 뒤에 이 작가가 다시 사진의 주인공을 찾았습니다. 30살이 된 그녀는 난민캠프를 전전하다 아프가니스탄 외딴 마을에서 살고 있었습니다. 결혼하여 4명의 딸을 두었는데 한 명은 굶어 죽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의 평균 수명이 43세입니다. 이 소녀도 12세 때의 불안 속에서 끈질기게 희망을 찾던 모습은 간데없고, 30살의 생명을 꽃피울 나이에 그 불꽃이 꺼져가고 있는 모습을 하고 있습니다.

  10월 4일은 남과 북이 한반도 평화의 문을 열기로 합의한 역사적인 날이었습니다. 그리고 같은 날 9기 평화나눔 아카데미도 새로운 수강생들과의 첫만남을 가졌습니다. 첫 번째 강연은 건국대 히브리중동학과 교수이자 전 한국중동학회 회장인 최창모 선생님을 통해 지난 여름 온 국민의 가슴을 쓸어 내리게 했던 탈레반에 대한 공부로 시작했습니다. 전략적 요충지로서의 지정학적 위치와 외세에 대한 저항의 역사적 배경 속에 탄생한 탈레반의 모습은 언론을 통해 우리가 알고 있던 모습과 많이 달랐는데요. 탈레반을 둘러싼 진실게임. 과연 탈레반은 무장테러리스트일까요?

아프가니스탄에 없는 세가지
“아프가니스탄에 없는 것이 세가지가 있습니다. 나무가 없고, 물이 없고, 식량이 없습니다. 아프가니스탄 국토의 98%가 사막과 산악지대인 척박한 곳입니다. 자원도 거의 없습니다. 그러나 아프가니스탄의 국민들은 이런 어려운 환경 속에서 외세침략을 받으면서도, 험준한 산세를 배경 삼아 저항하면서 생존의 노하우를 터득한 사람들입니다.”

“변변한 자원도 없는 아프가니스탄에 왜 미국과 세계강대국들이 몰려드는 것일까요? 아프가니스탄의 주변 지역에 있는 국가들이 생산하는 막대한 에너지 자원의 이동통로이기 때문입니다. 미국 역시 에너지 안보의 측면에서 러시아나 중국을 통하지 않고 석유와 가스를 이동하기 위해 아프가니스탄을 자신들의 영향 하에 두려고 하는 것입니다. 미국의 석유메이저 회사인 유노칼(UNOCAL)이 끊임없이 계획하고 있는 석유, 가스 이송 파이프 라인이 아프가니스탄의 한가운데를 지나갑니다. 현재 아프가니스탄의 대통령인 하미드 카르자이는 과거 탈레반이 정권을 잡았을 때, 미국으로 망명해서 이 유노칼이라는 회사의 고문으로 일하던 사람입니다.”

세계의 길목, 아프가니스탄
“지금의 아프가니스탄은 분쟁으로 고통 받는 폐허의 땅으로 보이지만, 약 1000여 년 동안 인류 문명과 문화의 꽃이었습니다. 아프가니스탄은 유라시아 대륙의 십자 도로 한가운데에 위치하고 있는 길목으로서 실크로드의 중심지였고, 동서문명의 절묘한 융합지대였습니다. 어둠침침한 동굴에 있는 탈레반의 모습만 떠올리면서 아프가니스탄이 야만적이라는 생각은 빨리 지워야 합니다.
그런데 ‘길목’은 평화시기에는 융합의 통로이지만, 분쟁이 있을 때에는 전쟁터가 됩니다. 이런 지정학적 위치 때문에 끊임없이 외세의 침략에 맞서야 했고, 지금도 아프가니스탄은 러시아, 중국, 인도, 이란, 파키스탄에 둘러싸여 있습니다. 미국과 유럽을 제외한 세계의 거의 모든 핵무기가 아프가니스탄을 둘러싸고 있는 셈입니다.”

탈레반은 무장테러리스트인가?
“탈레반이라는 말은 아랍어로 학생이라는 말입니다. 이들은 신학생(神學生)으로 한국의 70, 80년대 민주화의 밑바탕이 되었던 노동자, 학생들과 같은 사람들입니다. 1979년부터 10년간 점령하고 있던 소련군이 무자헤딘에 의해서 쫓겨간 뒤 아프가니스탄은 무능한 정권의 부패와 무장 세력들 간의 내전으로 극심한 혼돈과 도탄에 빠져 있었습니다.
94년에 칸다하르 주에서 이슬람 수니파 신학생 2만 5천명을 중심으로 결성된 탈레반은 썩은 권력에서 이슬람을 구하고 이슬람의 가르침대로 이슬람 공화국을 건설하자는 목표를 내걸고 활동하기 시작했습니다. 96년 탈레반은 수도 카불에 무혈입성 합니다. 너무나 혼란스러운 이 시기에 부패척결과 질서확립을 가져온 탈레반을 카불 사람들은 꽃을 던지면서 환영했습니다.
미국과 파키스탄, 사우디의 지원을 통해서 탈레반은 결성 4년 만에 정권을 잡지만, 그 후 4년 만에 미국에 의해서 축출되고 맙니다. 국민의 지지를 받아도 제국의 이익에 맞지 않으면 쫓겨나고, 썩어 문드러진 정권이라도 제국이 인정하면 유지되는 현실의 전형입니다.”

“지금 아프가니스탄에는 단 두 가지의 직업밖에는 없습니다. ‘난민이냐 용병이냐.’ 아프가니스탄의 국민소득은 800$로 나와있지만, 실제 국민들의 소득은 400$~500$ 정도 입니다. 하루에 1$ 조금 넘는 꼴입니다. 아프간 경찰의 공식임금이 하루에 1$이고, 탈레반은 5$입니다. 아프가니스탄 사람들에게 탈레반이냐, 경찰이냐는 것은 단지 어디서 배고픔을 해결할 수 있는가의 선택일 뿐입니다. 형은 경찰, 동생은 탈레반인 식의 가족이 엄청나게 많습니다. 문명적으로 완충국가에서 시작해서 제국주의의 침략으로 좌절된 아프가니스탄에서 벼랑에 몰린 희망의 끝자락에 서있는 사람들이 탈레반입니다.”

과연 세계는 더 안전해 졌는가?
“저는 묻고 싶습니다. 911이후 미국이 테러와의 전쟁을 선포하고 나서 6년이 흐른 지금, 세계는 안전해졌는가? 그리고 과연 우리들은 안전한가? 이번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통해서 세계화의 문턱을 넘는 우리의 노력은 성공했는가? 아니면 주저앉았는가? 이런 문제를 성찰해 봐야 합니다.
그런 의미에서 이번 아프간 인질 사건은 우발적 사고가 아닌 초유의 경험이었습니다. 이제 제법 먹고 살만하게 된 한국이 강자의 이익에 영합하는 이미지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한 이후 발생한 최초의 사건이었습니다.”

무엇이 남았고, 무엇이 사라졌는가?
“이번에 우리가 놓친 것은 파병문제입니다. 파병이 아프가니스탄 사태에 결정적 단초라는 것을 인정하기 싫어도 인정해야 합니다. 중동의 민심이 그렇습니다. 예전에 중동에 가서 한국인이라고 하면 사람들이 좋아하고 반겼습니다. 그러나 요즘 한국사람이라고 하면 홱 돌아섭니다. 피부로 느껴집니다.
한국은 세계 10대 강대국입니다. 그만큼 세계로 나가고, 국제사회에 책임을 다해야 합니다. 그러나 지금과 같은 자세로 나간다면 또다른 아프가니스탄 사태를 만들어냅니다. 이 모순을 깊이 성찰해야 합니다. 아프가니스탄 인질 사태의 교훈은 강자에 영합한 우리, 부국강병의 욕망이 치러야 할 대가를 치르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제 정부의 외교다변화 정책은 선택이 아니라 필수입니다. 그러나 이번 사태를 두고 정부의 대책이라는 것이 고작 아프가니스탄을 여행금지국으로 만든 것입니다. 이제 아프가니스탄에 들어가면 100만원 이하 벌금과 1년 이하의 징역을 받게 되어 있습니다. 전세계적으로 가장 테러의 위험이 높은 미국사람들도 법적으로 갈 수 없게 되어있는 곳은 한곳도 없는데 말입니다.
지구 시대에는 나와 관계없는 사람의 웃음과 눈물이 나의 삶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을 철저히 인식해야 합니다. 잘못된 파병으로 인해 발생한 위협을 ‘여행금지국’과 같은 것으로 무마하고, 삶의 활동 무대를 제한하는 한국의 현실. 이것을 직시해야 합니다.”

국제사회의 ‘불가촉 천민’
“지구상에는 불편한 나라들이 존재합니다. 소위 세계평화를 위협한다는 사람들이 산다고 하는 나라들, 쿠르드, 체첸, 티벳, 발칸반도, 이라크, 캄보디아, 아프가니스탄, 콜롬비아, 팔레스타인, 레바논, 북한, 버마가 해당됩니다.
지금 언급한 이 나라들은 국제사회 속의 ‘불가촉 천민’입니다. 사람들의 관심 밖에 있고, 이 나라에 대해서 말하면 안되고 관심을 가져서도 안 됩니다. 관심을 가지면 위험하거나 위험한 생각을 가지고 있다고 경계합니다. 이 사람들의 합당한 자기 목소리는 지구상의 누구도 들어주려고 하지 않습니다. 이들의 분노를 누가 들어줄 것이며, 슬픔을 누가 나누겠습니까?”

“한 송이 꽃이 핀 것 만으로는 봄이 왔다고 할 수 없다.” 아프가니스탄의 속담을 마지막으로 강연을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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