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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ice(2009-02-06 10:54:58, Hit : 315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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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눈물, 가자의 유일한 마르지 않는 샘




      눈물, 가자의 유일한 마르지 않는 샘
  숨진 주민 1366명의 절반이 어린이·여성, 이스라엘은 ‘정밀 타격’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밝혀...

철저히 고립됐던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 봉쇄됐던 그곳의 문이 열렸다. 죽음의 흔적이 도처에 가득하다. 살아남은 이들도 더는 버텨낼 기력이 없어 보인다. 절망과 슬픔은 처절한 분노가 돼 대기를 무겁게 휘감고 있다. 23일 동안 이어진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세가 잠시 주춤한 지난 1월26일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성공회대 겸임교수)가 이집트 라파 국경을 거쳐 가자지구로 들어갔다. 국내 언론인으론 유일하게 가자지구에서 취재 중인 그가 현장 상황을 담은 사진을 <한겨레21>에 보내왔다. 편집자

  “아빠, 내 친구가 왜 죽은 거죠?”

3주간의 잔혹극은 일단 막을 내렸다. 중동 전역을 휘감았던 유혈의 핵폭풍도 잠시 주춤해졌다. 팔레스타인 땅 가자지구의 아이들도 다시 학교에 가기 시작했다. 국제 인도지원단체 ‘케어’ 활동가인 자와드 하르브는 1월29일 소속 단체 블로그에 올린 글에서 “12살 난 아들 야잔이 학교에 갔다오더니 이렇게 묻더라”고 소개했다. 야잔의 급우 6명이 이스라엘의 공세로 숨을 거뒀단다. 불과 20여 일 전까지 앞뒤에 앉아 눈을 마주치며 웃음을 흘리던 친구가 사라져버린 이유를 어린 야잔에게 어떻게 설명할 수 있을까?

무차별적으로 이뤄진 공습과 이어진 지상군 투입, 백린탄이 불의 빗줄기를 퍼부은 그 땅에 사는 사람들이 견뎌낸 고통의 정도를 새삼 거론할 필요가 있을까? 이스라엘 쪽에선 23일간의 ‘작전’ 중 병사 10명과 민간인 3명이 목숨을 잃었다고 밝힌 바 있다.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은 2008년 12월27일부터 2009년 1월18일까지 23일간 이어진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침공으로 인한 인명피해를 이렇게 보고했다.

  “아빠, 내 친구가 왜 죽은 거죠?”

“1월28일까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보건부(MoH)가 집계한 자료를 보면, 침공 기간 숨진 팔레스타인 주민은 모두 1366명이다. 이 가운데 430명이 어린이고, 111명이 여성이다. 사망자 통계에선 침공 기간에 정상적인 의료 서비스를 받지 못해 질병으로 숨진 이들은 제외됐다. 부상자는 모두 5380명에 이른다. 이 가운데 1870명이 어린이며, 여성도 800명이나 된다. 여기에 침공 기간에 실종됐다고 적신월사(이슬람권의 적십자사)에 신고된 이들도 100명에 이른다.”

응급·구호요원들의 희생도 컸다. 팔레스타인 의료진 13명과 유엔 구호요원 6명이 이스라엘군의 공세로 목숨을 잃었다. 인도적 활동가들에 대한 직접적인 공격 사례는 “너무 많아 그 수를 헤아리기조차 버겁다”는 게 OCHA의 지적이다. 물적 피해도 극심하다. 침공 기간 이스라엘군의 무차별 공습과 포격으로 완파 또는 반파된 공장은 219개소, 가옥도 2만1천여 채가 무너져내렸다. 팔레스타인 적신월사는 “자발리야 지역에서만 2천여 팔레스타인 가정이 무너진 집터에 간이 피난처를 마련해 생활하고 있다”고 전했다. 전기·수도·의료·교육·농업 등 모든 사회기반시설이 극심한 타격을 입었다.

폭탄에 맞아 부서진 하수관에서 흘러나오는 오염된 물이 주거지 인근에 호수를 이루고 있다. 그 곁, 탱크와 불도저가 휩쓸고 지나간 농지 한가운데에 거대한 구덩이가 만들어져 있다. 대지의 살을 파헤친 것은 가늠하기 어려운 폭격의 광기다. 아랍 위성방송 <알자지라>는 1월29일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농업부 관계자의 말을 따 “가자지구 전체 농지의 50%가량이 더 이상 농사를 지을 수 없을 정도로 훼손됐다”며 “이로 인한 재산 손실만 2억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전했다. 메마른 땅에 물을 대주던 관개시설은 송두리째 날아가버렸다. 어렵사리 투자해 세운 비닐하우스는 형체도 가늠하기 어렵게 됐다. <알자지라>는 “가자 북부 베이트 라히야 일대에서만 줄잡아 1만8천여 그루의 오렌지며 레몬, 감귤과 포도나무가 뿌리째 뽑혀나갔다”고 전했다. 몇십 년 대를 이어온 몇천 명의 삶의 근거도 그렇게 사라졌다.


“어느 정도 예상은 했지만, 이 정도일 줄은 몰랐다.” 총성이 멈춘 지 닷새 만인 1월23일 가지지구를 방문한 존 홈스 유엔 사무차장(인도주의업무조정관)은 “충격적”이란 말로 현장 분위기를 대신 전했다. 홈스 차장은 가자 방문을 마친 뒤 유엔 안전보장이사회에 출석해 “12월27일 이스라엘이 가자를 공격하기 전에도 가자 주민들은 사실상 거대한 개방형 감옥에 갇힌 상태였다”며 “더는 묵과할 수도 없고, 지속해서도 안 되는 일”이라고 지적했다.

“(이스라엘의 이번 공세로) 가자 주민 215명 가운데 1명이 죽거나 다쳤다. 더 많은 절망과 고통, 죽음과 파괴만 부를 뿐이다. 가자 주민들이 처한 삶의 조건을 개선하는 것은 장기적으로 이스라엘에도 이득이 된다. 봉쇄를 풀고, 외부 지원을 허용하고, 가자 주민들이 살며 일하며 다시 희망할 수 있도록 해줘야 한다. …파괴의 규모와 막대한 인명피해는 물론 국제 인도주의법에 대한 광범위한 위법이 자행됐다. 책임을 물을 수밖에 없다.”

피할 데라곤 없었다. 안전한 곳도 없었다. ‘무한 공포’가 남긴 심리적 충격은 오래도록 사그라지지 않는 아픔으로 기억을 괴롭힐 게다. 폭탄과 총알 세례를 받은 퀭한 집 안에는 유린당하고 팽개쳐진 가재도구며 살림살이가 무참한 몰골을 드러낸다. 가자의 모든 가정마다 비극의 나무가 자라고 있다. 사랑하는 이들의 죽음을 아파하면서, 모진 삶의 내일을 걱정해야 하는 처지다. 130만 인구 가운데 90%가 외부의 식량 지원을 필요로 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눈물은, 가자에서 유일하게 마르지 않는 샘이다.

  의식불명에서 깨어난 소녀의 첫마디

아직도 부족한 겐가? 1월29일 가자에 다시 죽음의 그림자가 드리워졌다. 〈AFP통신〉은 “가자 남부 칸유니스에서 이스라엘군의 공습으로 여학생 7명을 포함해 적어도 9명이 다쳤다”고 전했다. 이에 앞서 이스라엘군은 가자 남단 라파의 주물공장에 공습을 퍼부었다. 이스라엘 군 당국은 이곳이 ‘무기공장’이라고 주장했다. 현지 일간 <하레츠>는 1월30일 인터넷판에서 “(이스라엘) 군 당국은 하마스를 비롯한 가자지구 무장세력을 겨냥한 ‘정밀 타격’을 지속해나갈 계획”이라고 전했다. 이날 가자지구에선 2발의 카삼 로켓과 1발의 박격포탄이 이스라엘 땅으로 날아들었다. 죽거나 다친 이는 없었다. 파괴된 건물도 없었다.

“(자살폭탄 공격을 감행해) 내 몸을 날려서라도 최대한 많이 ‘그들’(이스라엘군)을 죽이고 싶다.” <주간 알아흐람>은 최신호에서 가자시티의 13살 난 소녀 아미라 알카름의 말을 따 이렇게 전했다. 사흘간 의식불명 상태로 누워 있다가 깨어나 입을 연 뒤 내뱉은 첫마디였다. 다르 알시파병원에서 회복 중인 소녀는 아버지와 남동생 2명이 가자시티 남부 엘알하와의 집에서 이스라엘군에게 살해되는 장면을 지켜봐야 했단다. 먹먹하기만 하다. 증오의 씨앗이 뿌려졌으니, 수확의 때에 거둘 것은 필시 더욱 커진 증오일 터다. 어쩔 것인가.

글 정인환 기자 inhwan@hani.co.kr
사진 김재명 국제분쟁 전문기자 kimsphoto@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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