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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ice(2006-04-26 18:24:19, Hit : 5354
 뒤로가는 호주의 난민 정책

뒤로가는 호주의 난민 정책

최근 호주 정부가 선편으로 호주에 도착하는 모든 망명 신청자들의 호주 본토로의 입국을 원천 봉쇄하고 이들 모두를 나우루 등 해외로 보내 외국에서 난민심사를 한다는 새로운 정책을 내놓아 논란이 일고 있다. 이 새로운 법안은 오는 5월 9일과 11일 호주의 상하원에서 각각 검토될 예정인데, 정부여당이 양원의 다수 의석을 점하고 있음을 감안할 때, 특별한 이변이 없이 법제화가 될 전망이다.

사실 이 새 법안은 최근 악화된 호주 정부와 인도네시아 정부와의 관계를 개선하기 위한 방책으로 강구된 측면이 강하다. 지난 1월 18일 카누를 타고 호주 퀸슬랜드 북쪽 먼 해안에 도착한 42명의 인도네시아 서파푸아 주민들에 대해 호주 정부가 일시적인 난민보호 비자를 발급하자 이에 발끈한 인도네시아 정부가 호주주재 자국의 대사를 소환하면서 양국간의 관계가 급속도로 냉각되었다.

호주 정부는 이미 선박과 비행기를 이용한 정찰을 통해 북부 해안 일대에 대한 감시를 강화하고 난민 신청자들을 실은 배를 막거나 다른 곳으로 이동시키고 있다. 새로 제출된 법안에 따르면, 선편으로 도착한 모든 망명 신청자들은 근처의 외국영토에 위치한 난민심사센터에 보내지게 되고, 난민지위가 확정된 후에도 제 3국행이 결정될 때까지 여전히 이곳 난민심사센터에 머물러야 한다. 문제는 이들 난민 신청자들이 호주의 영토 외부에 머무르게 됨에 따라, 호주법에 의거한 어떠한 보호나 지원도 받을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이러한 호주 정부의 난민 강압정책은 자신이 가입국으로 있는 1951년 난민지위협약을 위반하는 것이자 살해와 고문, 핍박 속에 고국을 떠나온 난민들의 인권을 침해할 소지가 크고, 더 나아가 인도네시아 서파푸아를 비롯하여 정치적으로 불안정한 곳에서 고통받는 이들의 입지를 더욱 악화시키는 일이 될 것이다.


호주정부의 난민 억압정책

사실 호주의 난민 억압정책은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호주에서의 난민 신청 건수는 2006년 현재 2001년도에 대비해 75%나 줄어들었다. 지금은 매년 12,000명의 사람들에게만 망명지위를 인정하고 있는데, 이는 여타 국가들 중 이란, 파키스탄 등과 함께 최저 수준에 속한다.

합법적 비자 없이 호주에 도착한 난민 신청자들 모두는 1958년 이민법에 따라 모두 불법 체류자로 간주되어 입국 즉시 이민부에 체포된다. 합법적 비자를 받고 호주에 도착한 사람들은 난민보호비자 신청서를 제출하고 호주 정부의 결정을 기다리는 동안 자유롭게 호주 사회에서 살아갈 수 있다. 하지만 그렇지 않은 사람들은 모두 수용 시설에 넣어진다.

호주 정부가 최근 택하고 있는 일련의 난민 억압정책은 2001년 탐파 선박 사건에서 여실히 나타난다. 2001년 노르웨이 선박 탐파가 호주령 크리스마스 섬 인근 인도네시아 영해에서 침몰위기에 처한 보트에 있는 434명의 아프가니스탄 난민들을 구조했으나 호주와 인도네시아 양국 모두 본토 입항을 거부하는 사태가 발생했다. 이 때문에 난민들은 바다 한가운데를 떠돌며 관계 당국들의 결정을 기다려야 했다. 이 때 존 하워드 호주 총리는 이 국제법상 인도네시아 정부와 노르웨이 정부간에 해결해야 할 문제라며 호주 영토로의 상륙을 저지하기 위해 모든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혔었다.

선박 탐파가 호주정부의 지시를 무시하고 호주령 크리스마스섬에 입항했지만, 호주 정부는 이에 대한 대응으로, 크리스마스 섬을 비롯한 호주령 섬들과 호주본토의 북쪽 영해에 대한 법률 개정을 통해 난민들이 호주의 영해에 들어오거나 섬에 도착하더라도 (호주 본토가 아닌 이상) 호주 영토 안에 있지 않는 것으로 간주해 호주법에 근거한 어떠한 권리도 보호받지 못하게 만들었다. 이와 함께 호주 정부는 파푸아 뉴기니아와 나우루 같은 남태평양 군도 국가에 경제적 인센티브를 제공하고 이들 군도 국가에 난민 신청자들을 수용하도록 했다. "남태평양해결책(Pacific Solution)"으로 알려진 이 호주 정부의 보트피플 난민 해결책은 위에서 말한 것처럼 난민 신청자들이 호주법에 접근할 수 없는 법적 사각지대에 빠지게 만든다. 5년이 지난 오늘 탐파에 의해 구조된 난민들 중 이라크 출신 2명은 아직까지도 나우루의 수용시설에 수감된 채 이민국의 결정을 기다리고 있다.

위와 같은 문제와 더불어 심각하게 살펴보아야 할 것이 난민 수용시설의 상태이다. 대부분의 수용센터들은 고립된 곳에 위치해 있고, 교도소 분위기와 비슷한 열악한 시설을 갖추고 있다. 이로 인해 망명 신청자들은 이들 시설에서 기약 없이 무기한으로 수감되어 정신적 육체적 스트레스를 받게 되고 아동들 또한 보호조치 없이 수감된다. 난민들 중에는 자국에서 당한 핍박으로 정신적 외상(trauma)에 시달리는 사람들이 종종 나타나는데, 이들은 열악한 환경 속에서 정신병에 시달리다가 자해를 하기도 한다. 극도의 상실감에 빠진 일부는 심지어 호주정부의 조속한 행동을 촉구하며 단식과 함께 입을 실로 꿰매어 버리기도 했다. 이러한 호주 정부의 수용정책은 단순히 앞으로의 망명 신청자들을 억제하기 위한 것일 뿐만 아니라 이미 수감되어 있는 사람들조차 절망하게 만들어서 스스로 망명신청을 철회하고 재빨리 본국으로 송환되도록 하기 위한 하나의 방법이다.

국제난민지위협약 31조에 따라 호주 정부는 불법으로 호주 영토에 들어온 난민들을 처벌할 수 없게 되어 있지만, 가장 최근까지 망명 신청에 대한 심사없이 이들을 장기간 구금해 온 호주 정부의 정책은 이들 난민들에 대한 처벌에 다름 아니다. 자료에 따르면, 200명 이상의 망명 신청자들이 호주 국내 또는 근처 외국령 심사센터나 수용시설에 18개월 이상 수용된 것으로 나타났고, 이들 중 일부는 6년이상 수용되어 있는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에 호주 정부는 심사절차에 걸리는 시간을 단축하고 망명 신청자의 가족들을 수감하지 않는 것을 골자로 한 개혁을 발표하였다. 하지만 이로 인한 효과는 별로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 개혁정책에 따라 이민국은 3개월 안에 망명 신청에 대한 절차를 끝마치고 신청자 가족들에게는 일시 비자(Bridging Visa)를 발급하여 호주사회에서 살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심사시간의 단축이라는 긍정적인 부분에도 불구하고, 급증한 업무를 처리하기 위한 예산의 증가가 이루어지지 않았고 공정한 심사를 보장하는 조항이나 규칙도 만들어지지 않았다. 따라서 이민국이 타당한 심사 없이 난민들의 망명신청을 기각해 버릴 가능성이 더 높아졌다는 우려가 일고 있다.

망명 신청자들은 수감이 되지 않는 경우라도 호주 사회에서 살아가기가 쉽지 않다. 호주사회에 살고 있는 망명 신청자들 중 90%가 호주 연방정부로부터 아무런 지원도 받고 있지 못하다. 이들은 공영주택을 임대나 학교교육, 정부 보조금, 정부보조 영어교육, 직업네트워크 등과 같은 것들을 이용할 수 없다. 과반수 이상의 망명 신청자들이 "Bridging Visa E"라는 비자를 갖고 있는데, 이것으로는 공공의료서비스를 받을 수 없고 직업을 가질 수도 없다. 수용시설에서 풀려난 이들 또한 수용시설 문 앞에 버려진 채 위와 같은 운명을 맞이하게 된다. 따라서 많은 경우 망명 신청자들은 길거리에서 가족들을 부양할 생계수단을 갖지 못한 채 구호기관들에 하루하루의 삶을 의지하고 있다.

현존하는 "남태평양해결책(Pacific Solution)"을 확대한 새 난민 개혁법이 국회에서 통과된다면 망명 신청자들의 상황은 더욱 악화될 것이 뻔하다. 이 새 법은 국제난민지위협약에 의거한 호주정부의 의무를 부정하는 것이다.

호주정부는 망명신청자의 자동적 수감과 "남태평양해결책(Pacific Solution)"이 불법 알선업자와 불법 입구자들을 규제하는데 필요한 정책이라고 정당하고 있다. 하지만 그 안을 자세히 들여다 보면 호주 정부는 의도적으로 기존법이나 새 법의 제정 등 모든 수단을 강구해 망명 신청자들이 호주에 와서 정착하는 것을 막고자 하고 있다. 이러한 호주 정부의 정책은 생명과 자유가 위협을 받을 경우 본국으로의 송환을 금지하고 있는 국제난민지위협약의 정신에 대한 명백한 위반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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