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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justice(2006-04-26 18:27:41, Hit : 5902
 네팔의 들불같은 민주화 운동: 민주네팔 가운데에 소수자의 자리 생기길



한국사회가 아시아 지역에 대한 지식이 없는 상황에서 네팔 현지상황에 대한 오보가 잇따르고 있고, 네팔 민주화운동에 대해서 그 현장의 모습을 제대로 전달받기 어려운 것 같습니다. (기사에서 오늘 예정된 집회는 외신보도에 따르면 '환영집회'로 진행될 예정이라고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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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팔의 들불같은 민주화 운동
    
민주네팔 가운데에 소수자의 자리 생기길



송하진 기자
2006-04-25 01:25:54  
지금 네팔은 철권통치를 벌이는 국왕에 대항해 민주화를 요구하는 7개 정당이 주도하는 국가 총파업 상태다. 카트만두의 거리는 텅 비어 있다. 시내 가게의 80% 이상이 문을 닫았고 문을 연 곳들조차 언제든 닫을 준비를 한 채 경계를 늦추지 않고 있다.

배급으로 바뀐 기름가게 앞에는 수백 대의 오토바이와 수백 명의 사람들이 장사진을 이루고 있다. 택시는 5~6배 웃돈을 주고야 탈 수 있고 그나마도 구경하기 힘들다. 이러한 상황도 통행금지령이 내려지지 않을 때에야 볼 수 있는 모습이다. 민주화를 요구하는 데모가 거세어지면 며칠씩 계속 통행금지령이 선포된다. 파업이 15일째 계속되던 지난 20일, 최대 규모의 데모가 예정되자 갸넨드라 국왕은 24시간이 넘는 통행금지령을 선포했고 위반 시 사살할 수 있도록 명령했다.


24시간의 통행금지가 내려졌던 하루를 지난 다음날 배달된 신문은 모든 면이 흑백인 4페이지짜리였다. 잉크가 부족했던 것인지 신문을 찍어낼 시간이 부족했던 것인지 모르지만, 신문의 상태가 지금 네팔사람들의 마음과 상황을 보여주고 있는 듯했다. 현재 네팔은 모든 산업과 교육, 공공 서비스가 중단됐다. 각 노동자를 비롯해, 교육계, 학생, 공무원들까지 모두 파업에 참여하고 데모에 합류하고 있다. 사람들의 요구는 오직 네팔 땅에 민주화가 다시 찾아오는 것이다.

네팔인들은 1990년에, 이미 지금과 비슷한 상황에서 수백 명의 목숨을 대가로 지불하면서 민주화를 요구했다. 그러나 당시 민주주의를 좌절시킨 장본인이 바로 지금의 국왕인 갸넨드라다. 그는 2000년 왕궁의 대학살을 통해 왕위에 올랐고, 즉시 의회를 해산하고 친정체제를 구축했으며, 반정부투쟁을 하고 있는 공산반군의 위협을 빌미로 국민들의 기본권을 억압하고 인권을 침해하더니 결국 지난해 2월 비상사태를 선언하고 직할통치를 선언했다. 그런 와중에도 그는 왕가의 예산을 6배로 늘리는 등 사리사욕을 채우는 정치를 펼쳐왔다.

원래 이번 파업은 단 4일 동안 예정되어 있던 것이다. 그러나 국왕은 무기 하나 지니지 않고 평화적 시위를 하고 있던 시민들을 무력으로 진압하고 집회 자체를 무산시키려 통행금지령을 내렸다. 결국 7개 정당연합은 이것에 대항해 파업을 무기한으로 연장했다.

4월 14일은 네팔달력으로 2063년 1월 1일에 해당하는 날이었다. 파업은 9일째를 맞이하고 있었고 데모는 계속되었지만 긴 파업의 여파가 곳곳에서 드러나고 사람들도 지쳐가고 있었다. 사람들은 국왕이 국민의 목소리를 수용하는 신년 연설을 하리라 기대했지만 단순히 “대화의 창은 열려있다”라는 요지의 간단한 연설뿐이었고, 이를 기점으로 사람들의 분노는 더욱 폭발했다.

빈곤층의 삶은 더욱 피폐한 상황

4월 21일, 국왕이 국민에게 권력을 이양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는 연설을 방송했다. 그는 다당제 민주주의와 입헌군주제로의 회귀를 선언하고, 7개 정당에게 정권을 이끌 새로운 총리의 지명권을 맡기겠다고 발표했다. 사람들은 또 허수아비 총리가 세워질지 모른다는 우려 속에서도 이 발표를 일단 반기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하루를 지나면서 사태는 오히려 심각한 양상으로 바뀌었다. 국왕의 발표가 국민 회유를 위한 연극이라고 의심되면서 시위대들은 “국왕의 하야을 위해 싸우겠다”는 의지를 높이고 있기 때문이다. 통행금지조치는 한동안 계속될 것 같지만 성난 사람들은 이젠 시위의 한 방법으로써 통행금지조치도 어기기 시작했다.

현재 네팔의 각계각층이 모두 거리로 나서고 있다. 어린이노동자 관련 단체 사람들과 노동단체 사람들, 교사들도 모두 데모 대에 합류하여 네팔의 민주화를 부르짖고 있다. 4월은 네팔의 신학기가 시작되는 달이지만 현재 네팔의 모든 학교는 문을 닫았고 많은 학생들이 거리로 나와 행진하고 있다. 민주화의 열망은 학생들을 투쟁의 장으로 불러내고 있다. 네팔의 사립학교연합은 이번 투쟁에서 희생된 사람들의 자녀들에 대해 전액 장학금을 제공하기로 결의했다. 그들은 이 결의를 발표하며 “우리는 (이 결의를 통해) 단결을 표현함으로써 이 운동이 목표(평화와 민주화)를 향해 계속 나아갈 수 있도록 도울 것이다”라고 말했다.

네팔의 노동자단체는 운동의 핵심에 서있다. 이들은 촘촘한 지부 망과 수많은 조합원들을 바탕으로 파업을 주도하고 있다. 네팔 최대의 노동단체인 GEFONT(General Federation of Nepalese Trade Unions)를 비롯한 3대 노동단체는 파업이 실시되기 전 7개 정당의 방문을 받고 파업에 참여하기로 협의했다. 이미 그들은 지난 달 개정된 네팔의 노동자법령이 반노동자적인 법령이라고 반발하고 있는 상황이었다. 그리고 갸넨드라 국왕의 억압적 통치에 반대하여 외국의 각종 경제지원계획이 취소 또는 끊기는 상황이 발생하자 지속적으로 민주화를 요구하고 있었다. 이들 단체의 대표들은 네팔 경찰의 집중적 구속의 대상이 되고 있고 심지어 살해위협까지 받고 있다.

한편, 파업과 데모에도 맞서 국왕의 버티기가 계속되면서, 빈곤 국가인 네팔에서 또 빈곤층에 속하는 사람들에게는 이러한 기간이 더욱 큰 고통의 시간일 수밖에 없다. 그들은 파업을 하거나 데모 대에 끼지는 않지만, 보이지 않는 곳에서 또 다른 그들만의 삶의 투쟁을 하고 있는 셈이다. 하루 벌어 하루 먹고 사는 많은 이들이 16일째 아무 일도 못하고 있다.

현재와 같이 모든 업무가 정지된 상황에서 NGO단체들도 이들에게 손이 닿지 못하고 있다. 네팔의 신문이나 텔레비전, 그리고 민주화를 외치는 사람들의 목소리에도 달리트(불가촉 천민)와 같이 사회에서 이미 배제된 채 살아가고 있는 사람들의 고통과 목소리까지 담아내고 품으며 나아가지 못하고 있다. 부디 많은 사람들이 민주화를 열망하며, 투쟁해 이룩되는 민주 네팔 가운데에는 이들 가지지 못하고, 낮은 곳에 있는 사람들의 자리가 있기를 바란다.

25일에는 7개 정당 대표가 처음으로 시위의 선봉에 선다고 발표했고, 최대 규모의 시위를 계획하는 걸로 알려진 가운데 사람들은 네팔 국왕이 정말 물러날 수 있다는 데에 기대를 가지고 있기도 하지만, 한편으로 “정치적 공백기간이 오면 폭동이 날 수도 있고 공산군이 전복을 노릴 수 있다”며 경계하는 모습도 역력하다. 현재 네팔의 상황은 하루 앞을 예측할 수 없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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